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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그들은 누구인가?

정체성과 다양성의 퍼즐

by 강행구

고정관념을 넘어 진짜 아프리카를 바라보다


아프리카를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그린다.
끝없이 펼쳐진 사바나와 원시 부족의 춤, 혹은 전쟁과 기아의 대륙.
하지만 이 두 가지 이미지는 아프리카의 일부분일 뿐, 결코 전체를 설명하지 못한다.


아프리카는 단순히 ‘신비로운 땅’이나 ‘어려움의 대륙’으로만 규정되기엔 너무 크고, 너무 복잡하며,

무엇보다도 너무 다채롭다. 이곳에는 54개 나라와 13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3천 개가 넘는 민족과 2천여 개의 언어가 공존한다. 전 세계 언어의 3분의 1이 아프리카에서 사용된다는 사실만 봐도, 다양성 자체가 아프리카의 정체성임을 알 수 있다.


끝없는 다양성, 그리고 그 의미


아프리카의 다양성은 단순히 숫자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들의 삶, 문화, 세계관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서아프리카의 세네갈인은 사교적이고 웅변에 능하며, 말리인은 차분하고 내면적이다.

말라위인은 공동체 질서와 규범을 중시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여러 인종과 계층이 얽힌 복합 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격 묘사가 아니다. 각 지역이 겪어 온 환경과 역사, 공동체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투영된 문화적 표현이다.


공통된 뿌리와 문명의 연속성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를 단순히 ‘조각난 모자이크’로만 볼 수는 없다.

겉으로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공통의 뿌리가 이어져 있다.


세네갈 역사학자 셰이크 안타 디오프(Cheikh Anta Diop)는 고대 이집트 문명이 흑인 아프리카인의 문명임을 주장했다. 그는 나일강 유역을 아프리카 문명의 발원지로 보았고, 그곳에서 시작된 공동체 중심의

사회 구조, 자연 신앙, 구술 전통, 집단적 토지 소유 같은 요소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하라가 본격적으로 사막화되기 전, 나일 계곡에서 형성된 삶의 방식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아프리카의 제도와 가치관 속에서 살아 있다. 아프리카적 세계관과 존재론의 토대는 이렇게 뿌리 깊게 이어져 온 것이다.


서구와는 다른 세계관


아프리카인의 세계관을 이해할 때 중요한 또 하나의 열쇠는 ‘관계’와 ‘통합’이다.

세네갈의 초대 대통령이자 시인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Léopold Sédar Senghor)는 아프리카인들의

사고방식이 서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았다.


서구 문명이 주체와 객체, 인간과 자연을 나누어 사고하며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했다면,

아프리카 문명은 감각과 통합을 중시하며 존재를 관계 속에서 이해한다.


상고르는 이를 ‘감응의 철학’이라고 불렀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자연과 인간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전체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통찰이기도 하다.


퍼즐 같은 대륙,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수많은 색깔과 모양을 지닌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이루는 퍼즐 같은 대륙이다.

겉으로는 다르지만, 그 속에는 공통된 기원과 연속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프리카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 거대한 퍼즐을 억지로 단순화하거나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성과 공통성이 교차하는 복합적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가난과 분쟁이라는 편견이나 신비한 자연이라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삶과 역사, 철학이 공존하는 진짜 아프리카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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