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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왜 자주 가난한가?

자원의 땅, 그 안에 숨겨진 역사의 구조

by 강행구

아프리카는 왜 그렇게 자주 가난한가요?”

많은 이들이 이 질문을 한다.
어떤 사람은 아프리카가 원래부터 그런 땅이라고 믿고,

어떤 이들은 리더십 부재나 부족주의 때문이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는 왜 가난하게 만들어졌는가?’

이 물음은 단순한 경제 지표나 원조 실적이 아니라,

세계 질서 속에서 이 대륙이 어떻게 착취되고 규정되어 왔는가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다.




‘가난’은 사실일까? – 수치와 이미지의 괴리


우리는 아프리카를 ‘가난의 대명사’처럼 기억한다.
말라붙은 대지, 구호 식량, 배고픈 아이들.


그러나 이런 이미지 속에는 불편한 진실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아프리카는 자원의 보고라는 사실이다.

chapter4. 3 아프리카 국가별 자원현황(출처 EIU).png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 생산의 70%를 담당한다.

니제르는 최고 순도의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는 석유 수출국이다.

남아공은 세계 굴지의 금·다이아몬드 채굴국이며,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다.


이토록 부유한 땅이 왜 빈곤의 상징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단 하나가 아니라, 수백 년에 걸친 구조와 역사, 그리고 세계 경제 시스템 속에 있다.




식민경제의 그림자 – 수출만을 위한 땅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는 식민지 시절 철도와 항만을 건설했다.
하지만 그 목적은 내부 연결이 아니라 유럽으로 자원을 실어 나르기 위한 구조였다.

식민 지배 세력은 아프리카 각 지역의 경제를 연결하지 못하게 하고,

한 가지 작물만 재배해 외국에 수출하는 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그 유산은 지금도 남아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여전히 카카오에 의존하고, 니제르는 우라늄 가격에 좌우된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세계 시장 가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구조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경제, 그것이 지금의 아프리카가 처한 현실이다.




‘외부 개입’이라는 이름의 은밀한 간섭

독립 이후 아프리카는 다시 한번 외부의 손길을 맞이했다.
이번엔 제국주의가 아니라, 국제금융기구였다.

1980~90년대, 세계은행과 IMF는 아프리카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요구했다.
공공서비스 축소, 국영기업 민영화, 교육·보건 예산 삭감.
이로 인해, 많은 나라가 잠시 ‘재정 건전성’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사회 기반을 상실했다.

한 손으로는 원조를 주고, 다른 손으로는 빚을 요구했다.
이는 ‘돕는 척하면서 통제하는 구조’, 다시 말해 신식민주의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실패한 개발 모델, 지속 불가능한 구조


선진국 중심의 개발 모델은 아프리카의 현실과 맞지 않았다.
외국 전문가가 설계하고, 외부 자본이 주도한 프로젝트는 현지의 자립을 뿌리내리지 못했다.

물자 지원은 있었지만 기술이 남지 않았고, 도로만 만들었을 뿐 지역 경제는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

개발이 끝난 뒤엔 아무도 남지 않는 풍경, 그것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반복되었다.


아프리카는 가난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가난하도록 설계된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실패를 강요받아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방향이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스스로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외부의 설계에 의존했던 개발의 방향이

이제는 내부의 주도성과 혁신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케냐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 ‘M-Pesa’는 기존 은행 시스템 없이도

휴대전화만으로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은행 계좌가 없던 수천만 명에게 금융 접근성을 열어준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기술을 활용해 기존 시스템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나이지리아의 스타트업 ‘플러터웨이브’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온라인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디지털 창업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젊은 창업자들이 중심이 되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르완다, 에티오피아, 가나 등 여러 국가는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투자, 교육 개혁,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성장률이 아닌 미래의 경쟁력을 준비하는 전략적 움직임인 셈이다.

chapter6. 5 디지털로 도약하는 아프리카(출처 Linked in).jfif

이러한 변화는 단발적이거나 도시 일부에 국한된 움직임이 아니라,

대륙 전체에 걸쳐 점진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전환으로 퍼져가고 있다.

젊은 인구, 빠른 도시화, 모바일 기술, 그리고 커지는 내수 시장.
이 네 가지 요소는 아프리카를 더 이상 ‘가난의 대륙’이 아니라,

다음 세기를 주도할 가능성의 대륙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불균형한 세계 질서 속에서 흔들렸던 아프리카가,

이제는 자신의 리듬으로 성장의 주체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에필로그 – 가난이라는 단어 앞에 멈춰 서다


“아프리카는 왜 자주 가난한가?”

이제 나는 이렇게 되묻는다.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왜 그렇게 말해왔는가?’


아프리카는 자주 가난한 것이 아니다.
자주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어졌을 뿐이다.


이제는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자원과 젊은 인재, 문화와 철학, 그리고 ‘우분투’라는 공동체적 가치 속에서
그들은 지금,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요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선의 전환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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