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관계의 종말
우리는 흔히 관계를 유지하는 힘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관계는 점점 버거워지고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일상이 지치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존중의 결핍’에서 시작된다.
존중은 관계의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것을 생략한다.
“가족끼리 뭐”, “친한 사이에 굳이”,
그런 말들로 서로를 함부로 대하고, 상처를 준다.
가까울수록 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진실이다.
오래된 연인, 오랜 친구, 가족, 동료…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이일수록
작은 무시는 더 깊은 상처가 된다.
존중은 말투에서 시작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말투로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감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무심한 표현, 반복되는 지적, 빈정거림은
상대를 ‘존재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빠지게 한다.
존중은 경청의 태도이기도 하다.
내 말만 하려고 하기보다,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까지 헤아리려는 노력 속에 존중이 담겨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반대로, 말할 공간이 사라진 관계는 점점 메말라 간다.
침묵은 차오르고, 오해는 쌓이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는다.
존중은 타인의 경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에게는 지켜야 할 선이 있고
그 선을 자주 넘을수록, 그 관계는 파괴된다.
그 경계를 지키는 감각이 무뎌질수록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르게 된다.
존중은 때로 침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상대의 아픔이나 선택을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
그런 태도 속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느낀다.
하지만 존중은 훈련되지 않으면 쉽게 사라진다.
무의식적으로 쏟아낸 말, 습관적인 조롱,
감정적인 비아냥 속에서 존중은 망가진다.
한 번의 무시는 괜찮을 수 있지만,
그게 쌓이면 그 관계는 되돌릴 수 없다.
진짜 가까운 사이라면,
존중을 가장 먼저 배워야 한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존중은 태도다.
감정은 흔들려도, 태도는 지킬 수 있다.
그게 가능할 때, 관계는 오래 간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그 사람의 생각, 감정, 말투, 표현 방식까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순간, 사랑은 차갑게 식는다.
존중은 모든 관계의 숨은 기둥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 기둥이 무너지면 그 안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다.
말보다 먼저, 감정보다 깊게,
존중이 뿌리내린 관계만이 진짜 지속될 수 있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