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관계의 종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는 어렵다.
좋아한다는 말을 전했는데, 상대는 무심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데, 오히려 더 멀어졌다.
나는 진심을 담았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묻는다.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하지만 정말 모르는 걸까?
혹시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방식이
상대에게는 낯설거나 불편했던 건 아닐까?
감정은 언어보다 먼저 움직인다.
사람의 마음은 단어보다 얇고,
표현은 그 마음을 다 담기엔 늘 부족하다.
그래서 어떤 말은 너무 무겁고, 어떤 침묵은 너무 크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고,
말을 해도 왜곡된다고 말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이 간극은 더 커진다.
우리는 그 사람을 안다고 착각하고,
그 사람도 나를 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이 때로는 더 큰 오해를 만든다.
‘이 정도는 알아주겠지’라는 기대,
‘그럴 리 없어’라는 단정.
이 모든 것이 마음의 전달을 막는 벽이 된다.
내가 전한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는지는
결국 그 사람이 처한 맥락과 감정에 달려 있다.
똑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고,
내가 의도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을 전하는 일에는,
늘 ‘다시 묻기’가 필요하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너는 어떻게 느꼈어?”
“혹시 오해한 부분은 없었을까?”
이런 질문은 마음을 전달하는 통로를 다시 여는 열쇠가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태도'일 때가 많다.
내가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
어떤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봤는지,
어떤 분위기 속에서 대화했는지.
이 모든 것이 감정을 실어나르는 통로다.
진심은 결국 태도로 전해진다.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은 눈빛과 침묵, 기다림 속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말로만 다 해결하려고 한다.
말이 다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결국 말로 다투고 말로 상처 주고, 말로 멀어진다.
그래서 때로는 말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가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도 내 진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게 진짜 마음의 전달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항상 틈이 있다.
그 틈을 메우는 건 언어가 아니라, 이해다.
이해하려는 노력, 들으려는 태도,
그리고 상대의 반응에 귀 기울이려는 마음.
그게 있어야 마음은 전달된다.
나는 오늘도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말하는 것만큼,
‘어떻게 들릴까’를 생각하려 한다.
내가 말하는 진심이, 상대의 현실에 닿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멀어지더라도,
그건 마음을 전하려 했던 용기의 흔적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안에서
조금씩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