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헤맸다. 잘 아는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한 건물이 아니었다. 첫 번째 들어간 건물에서 리셉션까지 찾아가 여기 C회사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여긴 아니란다. 주소를 보여주니 바로 옆 건물을 가리킨다. 시간 여유를 두고 나오길 다행이다 싶었다.
처음 맞는 오피스는 밝고 탁 트여 있었다. 건물이 바다를 끼고 있었다. 넓은 로비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섬을 바라보며 보스에게 문자를 남겼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new comer 안내에 있던 대로 IT Help Desk를 먼저 찾아갔다. 단정한 데스크 너머로 새 랩탑을 건네준다. 세팅을 하고 있자니 보스가 나타났다.
핑크색 셔츠에 까만 바지. 면접 때처럼, 단정하고 깔끔한 사람이라는 인상이다. 사무실을 돌며 사람들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I는 면접 때 화면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거구였다. C는 얼굴 트고 지내던 전 직장동료였다. 아는 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가웠다. S와는 인사를 나누며 넌 무슨 일을 하니 하고 물으니 HR VP였다. 첫날이니 가능한 대화였다.
사람을 만나고 나면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느라 바빴다. 자리에 돌아와 노트에 이름과 롤을 적어 내려갔다. 만난 순서로 적어두면 생각보다 기억하기가 쉽다. 그다음은 조직도다. 첫 온보딩에 조직도를 받아 와서 계속 꺼내보며 팀 구조와 사람 이름, 얼굴을 익혔다. 여기도 예전 회사 못지않게 복잡한 매트릭스 구조였다. 리전, 국가, 브랜드 단위로 부서가 겹겹이 나뉘어 있었다. 익숙하지만 여전히, 사람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IT와 HR에서 각종 세팅과 온보딩, 트레이닝을 가져왔다. 이런 일은 되도록 빨리 해치우는 게 낫다. 세팅이 안 되어 있으면 시스템 액세스 같은 다음 단계가 느려진다. HR 트레이닝도 마찬가지다. 알아야 할 건 하루라도 빨리 알고 있는 편이 낫다.
정신없이 트레이닝을 따라가고 있자니 C에게 문자가 왔다. '나 점심 사러 가는데 너도 사다 줄까?' 배려가 고마웠다. 매일 팀이 가는 식당에서 메뉴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줬다. 내가 잘 가던 곳과 비슷한 샐러드 가게라 좋았다. 점심은 팬트리에 모여 가벼운 대화를 하며 먹었다. 나에게로 가벼운 질문이 쏟아졌다.
첫날을 정신없이 보냈다.
생각보다 잘 짜인 온보딩 프로그램이 좋았고, 사람들도 밝고 오픈되어 있었다.
앞으로 몇 주에 초반 회사생활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몸에 힘이 들어갔다. 첫인상을 오래 남는다. 때로는 그대로 선입견으로 굳어져 쉽사리 바꾸기 어려운 이미지로 정착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래도 처음이 아니라고 좀 낫나 싶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일대일 미팅을 해야 할지, 그때는 알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