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팬트리에 모여서 밥을 같이 먹는다
신선한 문화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우리 팀은 오피스에 오는 날마다 팬트리에 모여서 점심을 같이 먹는다. 11:30이면 여지없이 누군가가 Lunch?하고 묻기 시작한다.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손에는 점심이 하나씩 들려 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이렇게 매일같이 밥을 같이 모여 먹는다고?' 싶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출퇴근만큼이나 점심도 자율적이었다. 주로 샐러드를 사다가 자리에서 일하면서 먹고 칼퇴를 했다. 그전 회사는 거의 매일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하지만 고정 멤버는 없었다. ‘우리 점심 한 번 해요’라는 말이 오가면 곧 아웃룩 인비가 날아갔다. 그때 점심은 약간 ‘일상 속 네트워킹’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이번 회사에서 처음으로 매일 같은 멤버가 모여 점심을 먹는 문화를 15년 직장인 생활에 처음 만난 것이다. 신선했다.
회사 안에서도 우리는 유별난 팀이었다. 굳이 회사 밖에서 점심을 사다가 팬트리에 모여 먹는 거라 그런지, 모든 부서가 이렇게 매일같이 한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지는 않는다. 사장님까지 우리를 볼 때마다 '오늘도 같이 있네?' '우리 회사 돈이 다 여기 있네?' 하며 한마디씩 거들고 지나간다.
그리고 이 유별남이 생각보다 괜찮다. 그렇게 매일같이 앉다 보니, 말도 쌓인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휴가 계획, 이사 얘기, 루머까지. 그리고 가끔은 회의에서 듣지 못하는 진짜 중요한 회사 얘기도 흘러나온다.
‘식구’라는 단어의 어원을 보면 “밥 식(食) + 입 구(口), 밥을 같이 먹는 사이”라고 한다. 회사 식구까지는 아니어도, 매일 점심을 함께하는 사이가 꽤 의미 있는 관계라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같은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같은 마음으로 앉는 일이다. 생각보다 더 따뜻하고, 은근히 힘이 된다.
우리는 오늘도 팬트리에서 귀엽게 점심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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