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와 혼자, 그 사이에서 찾은 나

by 옆길

찬찬히 내 글을 읽어보면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가 드러난다. 바로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그런 모습에 은근한 동경을 품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제 회사 동료 언니와 결혼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언니가 말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각자의 방은 꼭 필요해.” 처음 듣는 말에 의아해 물어보니 이렇게 덧붙였다.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해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24시간 붙어 있을 순 없잖아.”


그 순간 언니의 말이 이상하게 멋있게 느껴졌다.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의 기준과 가치관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혼자 있을 땐 주로 뭘 해요?”


언니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게임도 하고,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갑자기 카페에 가기도 해.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채워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 시간 속에서 더 나다워지는 느낌이 좋아.”


언니의 대답을 들으며 나도 자연스레 내게 물었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어떤가?


솔직히 예전에는 혼자가 외롭고 어색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한여름이 지나고 가을 바람이 불어올 때,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 들고 나설 때, 맛있는 음식을 혼자 맛보며 느끼는 기분 좋은 포만감, 혹은 오래 기다렸던 노래를 듣고 은근한 미소를 지을 때 그런 순간들 속에서 혼자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여운을 오롯이 혼자 느껴보고 싶고 내가 원하는 거리를 홀로 걸으며 사색에 잠겨 글을 쓰는 것도 즐겁다. 혼자라는 시간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혼자 있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색, 내가 끌리는 사람의 유형, 내가 웃음을 터뜨리는 유머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도 분명 소중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야 비로소 나다운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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