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 속의 무거움
사랑을 받는 건 분명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려 할 때마다
나는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그 사람이 내게 손을 뻗을수록
나는 한 걸음씩 뒷걸음질쳤다.
어쩌면,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그 안에 담긴 ‘기대’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 마음을 다 받아줄 수 없을까 봐.
언젠가 실망시킬까 봐.
내가 그만한 사람이 아닐까 봐.
혹은… 그 마음이 떠났을 때,
또 무너질까 봐.
그래서일까, 누군가 내게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그 말 뒤에 숨은 조건을 상상했다.
“그러니까 너도 나를 실망시키지 마.”
“그러니까 항상 괜찮은 사람이 되어줘.”
사랑을 받는 게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 사랑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랑을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이었던 것 같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그저 숨 쉬고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사랑받는 순간부터 ‘나’는
어딘가 변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혼자가 편했는지도 모른다.
실망시킬 일도, 내 마음을 감추려 애쓸 일도 없으니까.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사랑받는 게 부담스러웠던 건
아마도 아직 나 자신을 완전히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주는 것도 어렵지만
받는 건 더 용기 있는 일이니까.
언젠가는,
어설픈 나여도 괜찮다며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전에,
내 마음부터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