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정리하다, 시간을 껴안았다

17,000장의 기억 속에서 꺼낸 나의 엄마 시간여행

by 루루맘

“사진 정리, 그건 나의 시간여행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정리를 시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텐데…


매일 인스타그램에만 툭툭 올려두고,

핸드폰 사진첩엔 어느새 17,000장의 사진과 영상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더 미루다간 정말 엄두가 안 날 것 같아서, 결국 주말에 5시간을 들여

심사숙고 끝에 2,018장을 인화 요청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배경에서 찍힌 사진들.

남들이 보면 다 비슷해 보일 그 사진들이

내 눈엔 전부 다른 이야기로 빛나고 있었다.

손짓 하나,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움직여

결국 단 한 장을 고르지 못하고 줄줄이 인화 목록에 올려버렸다.


사진을 고르는 5시간 동안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다시 아이를 품었고, 출산을 했고,

그 모든 날을 되짚으며 추억했다.


지방으로 차 있었으면 절대 찍지 않았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D라인.

내 뱃속에서 생명이 자란다는 걸 매 순간 잊지 않게 해 주던 초음파 사진.

전율 그 자체였던 첫 심장소리,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울림, 태동.


그리고

목숨과 맞바꿨지만 그 순간 모든 고통을 잊게 했던

너희의 우렁찬 울음소리.

핏기 가득했던 쭈글쭈글한 고구마 같은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던 탄생의 순간.


너희의 손은 내 손가락 하나도 잡기 벅찰 만큼 작았고,

발바닥은 손가락 길이만큼도 되지 않았다.

주먹보다 작은 얼굴,

신생아 시절에만 볼 수 있는 ‘O’ 모양 입술과 세모 입.


너희를 안은 나도,

지금보다 훨씬 앳되고 서툴렀던 그때의 ‘엄마 아빠’.


첫 분유, 첫 이유식, 첫 100일 잔치, 돌잔치,

하늘만 보며 자던 아기가 고개를 들고, 뒤집고,

배밀이, 네발기기, 첫걸음마까지.

그 모든 ‘처음’이 다 이 안에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첫 “엄마” 소리.


인간이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감각이 청력이라고 하지.

평생 잊지 못할 너희의 첫 “엄마” 소리.

죽어서도 그 소리를 기억하게 하려고

신은 청력을 제일 마지막에 가져가는 걸까.


언젠가 그날이 오더라도

내 귀엔 분명,

너희가 처음 부르던 “엄마” 소리가 울릴 거야.



처음엔 ‘왜 이렇게 미뤘을까’ 나를 원망했지만,

결국엔 덕분에 추억할 수 있었고

오늘도 한층 더 너희를 사랑하게 됐다.


그래도…

앞으론 제때제때 정리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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