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를 두고

내가 비운 자리를 채워준 사랑

by 루루맘

근무 중에 전화가 울렸다.
어린이집이었다.
“어머님, 아이가 낮잠 자고 일어나더니 열이 조금 올랐어요.”
순간 손에서 펜이 떨어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눈앞에는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내 아이는 지금 뜨겁게 앓고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달려가고 싶었지만
나는 출근한 엄마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치를 보던
그 짧은 순간마저
아이에게 미안했다.

연락할 곳이라고는 친정뿐이었다.
“엄마, 애가 열이 나… 오늘 데려가면 봐 줄 수 있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엄마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얼른 데려와, 걱정 말고.”

그 길로 아이를 친정에 맡겼다.
내 마음을 위로하듯
금세 따뜻하게 식은 이마를 어루만지며
“엄마 금방 올게”라고 말했지만,
그 작은 눈동자는
“왜 지금은 같이 있어주지 않아?”
하고 묻는 듯 아프게 흔들렸다.

아이를 두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돌덩이를 끌듯 무거웠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엄마’라는 이름보다
그저 무력한 한 여자일 뿐이었다.

그 사이 친정집에선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 엄마는 아픈 손녀를 품에 안고
등을 천천히 두드리며 어루만져 준다.
마치 오래전,
밤새 열로 뒤척이던 나를 간호하던 순간처럼.
그는 다시 엄마가 되어
나의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나는 안다.
오늘, 아이 곁에 있지 못한 나를 대신해
또 다른 사랑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그리고 그 사랑은
나를 향한 사랑의 연장선이라는 것도.

나는 미안함과 감사함을 동시에 품은 채
하루를 버틴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시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고.
엄마라는 울타리를,
그리고 엄마의 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