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은 반복되고, 어떤 건 잊힌다

by 게으른루틴

늘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지만,
감정은 꼭 되돌아오는 계절처럼 찾아온다.

불안은 정기구독처럼 매주 월요일에 도착하고,
무기력은 비 오는 날마다 고개를 들고,
지나간 말 한마디는 아무 이유 없이 다시 떠오른다.


기분 좋은 감정보다는
유독 불편했던 감정들이 오래 머무는 날이 더 많다.

그러다 문득, 이전에도 이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낯설지 않은 무게.
마치 자주 입던 옷처럼 몸에 익은 감정들.
반복되는 슬픔, 반복되는 초조함, 반복되는 외로움.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잊힌 감정들이 있다.
예전에는 분명 가슴이 답답할 만큼 아팠던 순간이
지금은 아무런 파동 없이

기억 속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내가 웃고 있는 사이, 내가 살아내는 동안
그 감정은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나는 안다.
지금 이 감정도, 언젠가는 희미해질 거라는 걸.
오늘 가슴을 짓누르는 이 감정도
다시 반복될 수 있겠지만,
또다시 흘러가고,
또다시 잊혀질 수도 있다는 걸.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감정이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복잡한 마음 안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그 모든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됐다.

감정은 흐르고, 나는 살아간다.
반복되는 건 감정일지 몰라도,
그 감정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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