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지하철을 타고,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마음은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았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자동적으로 미소부터 올렸다.
“안녕하세요.”라는 말보다 먼저 작동하는 표정.
누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무언의 룰이 내 하루의 루틴처럼 박혀 있었다.
회의 시간에는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점심 자리에서는 말이 길어질까 봐 조심했고,
마주치는 시선마다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목에 걸렸다.
말을 아끼고, 표정을 단정하게 다듬고,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속으로 열 번은 고민했다.
말 대신 웃고, 불편한 마음은 넘기고,
“저는 괜찮습니다”라는 태도를 연기하느라
정작 내 감정은 한 번도 꺼내지 못한 채
하루가 흘렀다.
출근 → 눈치 → 침묵.
이게 오늘 내 루틴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나를 감추며 하루를 버티고 있을까.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이 공간에서
정말 나만이 유독 예민하고, 지쳐 있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들자 가슴 안쪽이 쿡, 하고 아팠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오늘 하루 아무 말 없이 버틴
나의 감정들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말을 삼켰다고 감정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표정으로 숨겼다고 마음이 진짜 괜찮은 것도 아니다.
나는 오늘도, 아무도 몰랐던 내 안의 목소리를
조용히 다이어리에 적는다.
“괜찮은 척, 오늘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