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살아봤습니다-9 (유럽에서도 K-pop이!)

K-pop 열풍은 '뻥'이 아니었다.

by AMAP

어느 날 동네 까페 앞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을 때였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웬 소녀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 소녀 : Από πού είστε; (Where are you from?)

- 나 : Είμαι από την Νότια Κορέα(I'm from South Korea)


내 말이 끝나자마자 다행이란 듯 환하게 웃는다. 나랑 한국어로 잠시 대화해 보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BTS 열성팬이라 Youtube로 한국어를 혼자 공부했다고, 독학한 한국어가 원어민에게 실제로 통하는 지 알고 싶다고.


와, 간단한 수준의 대화가 됐다! 겉보기엔 고대 아테네 여신이랑 비슷하게 생긴 헬라 소녀의 입에서 한국말이 나오는 게 너무도 신기했다. 자기소개, BTS를 좋아하게 된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외국인임을 감안하고 약간만 집중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멤버 중에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가 제일 잘생겼는지를 다 이야기했다. 한국어로!


그런데 아쉬웠던 점은 이 친구는 계속 BTS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는데 정작 나는 이 보이그룹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룰라나 코요테 정도라면 그래도 몇 마디 할 수 있었을텐데. 하여간 약 5분 정도 한국어로 대화했는데 내가 영어하는 것이랑 별 차이 없었다(난 그간 영어공부 뭐했나..). 마땅한 교재도 없이 Youtube만으로 혼자 공부해서 이 수준까지 왔다는 게 놀라웠다. 이런 거 보면 외국어 못하는 건 제대로 안해서 못하는 거다.


(좌) 아테네 서점 K-pop 코너, (우) 독일 프라이부르크 서점 K-pop 코너

그간은 내가 K-pop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눈길이 안갔는데 그 후 알고 보니 그리스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것같다. 아테네 시내 가장 큰 서점의 음반 코너에서 K-pop이 당당하게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고, 언젠가 독일 Freiburg에 놀러갔을 때 보니 그곳 서점에도 K-pop은 따로 코너가 있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잘 팔리니까 이렇게 따로 디스플레이 했겠지. 나한테 수익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현지 젊은이들이 한국의 보이그룹/걸그룹 음반 앞에서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걸 볼 땐 은근 국뽕이 차오르기까지 했다.


주 그리스 대한민국 대사관 주재 K-pop 경연대회

지금까지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살던 당시엔 한국 대사관에서 K-pop 경연대회까지 열었던 적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꽤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지 신문에도 기사가 났다고 한다.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다.


K-pop에 대해 약간은 공부를 해놔야겠다. 다음에 또 외국에 나갈 일이 있을지 누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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