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피엔스를 위한 <각성노트 3>
협소한 현실에서 마주치는 인간 군상은 대개 비슷하고 얼추 짐작되는 바, 별다른 귀감꺼리가 되지 않는다.
'이해利害'라는 상수로 구축된 관계에서 예상 가능한 말, 짐작 가능한 행동들.....
돌출과 변수를 허용치 않는 적당한 거리여서 더욱 그러할지 모르겠다.
'무미한 안정' 속 안다면 알고, 모르면 또 그뿐인 사이들. 그 안에서 관계란, 아슬아슬한 균형의 줄로 이어진 생략과 오해의 뒤엉킴일까.
까닭에,
나는 책 속 인간을 더 자주 신뢰하게 된다. 사고와 행위의 경중이야 어찌 되었든, 누군가의 경험과 지혜로 빚어진 그들은 해석과 의미로 다시 구조화된다.
하지만 현실 속 인간은?
집중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는 이상, 도무지 좋아할 만한 요소와 특별함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타인의 '결핍'을 약점으로 보는 저열함, 자기의 허약함을 위장한채 관계의 우위를 확보하는데만 맹목적인 열등감. 자신이 가진 걸 '지켜야할 권위'로 착각하는 무지성들.
결국 대단한 사람도, 소중한 사람도, 진심을 주고받을 만한 사람도 없는 삶. 이건 곧 관계의 빈곤이고, 마음의 곤궁이다.
하물며 의리와 믿음으로 뭉친 '내 편'을 둔다는 건ㅡ없는 신을 섬기는 것만큼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저 네 삶과 내 삶이 어긋나지 않고 맞물려 굴러가면 다행이고, 행여 이해가 뒤틀려 충돌이라도 하면 우리는 곧 눈에 불을 켜고 다툰다.
그것이 우리(아니, 나의) 현실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백척간두다.
가끔은 생각한다.
남의 '티끌'을 미주알고주알 씹어대는 사람만 없어도, 세상은 조금 덜 피곤하겠다고.
하지만 더 바람직한 결론은 이렇다.
내 눈의 '들보'부터 보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어른이다. 능력껏, 뒷담화를 줄여볼 일이다.
그것부터가 삶의 품격이다.
관계에 지쳐 외로웠던 어느 날, 마음의 기록 한 페이지를 들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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