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뚜벅이 여행을 완수했다. 72시간 동안 두 남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그들의 두 발로 누볐다. KTX 없는 여행, 덜컹거리는 기차에 몸을 맡긴 여행, 여행지에서 느낀 새로운 감정은 2020년 뚜벅이 여행을 결심하기에 충분했다.
2020년 두 번째 뚜벅이 여행, 경상도를 중심으로!
1일 차 – 안동
2020년 뚜벅이 여행에도 2019년처럼 KTX 이용이 불가능했다. 두 남자는 무궁화호에 몸을 맡겼다. 청량리역을 떠나 안동역까지 3시간 30분이 걸렸다. 무궁화호는 태백, 제천, 영주를 거쳐 안동역에 도착했다. 2025년 현재 안동역은 (구) 안동역과 구분된 (신) 안동역이 되었지만 2020년 당시, 안동역은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다. 역사를 빠져나와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맡기고 하회마을을 향했다.
낙동강, 부용대를 품은 절벽, 그곳에서 징비록을 작성한 류성룡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경관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한참 동안 부용대와 낙동강을 바라봤다. 한강의 잔잠함 속을 벗어나 거대한 절벽 앞에서 서있던 두 남자는 한없이 작아졌다. 마을이 가지고 있는 고즈넉함까지 안동이 품은 매력에 그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안동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찜닭이 있다. 가게에서 본 메뉴판에는 찜닭과 함께 조림닭이 있었다. 조림닭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조림닭을 주문했다. 찜닭보다는 국물이 적고 자극적인 맛이 혀를 자극했다. 충분히 매력적인 맛이었다. 국물보다는 닭과 양념에 집중한 음식이었다. 흰쌀밥 위에 올라간 칼칼하고 짭짤한 닭고기, 조림닭은 충분히 두 남자의 밥공기를 빈 그릇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 맛있는 음식이 있는 안동을 뒤로하고 다음날 경주로 이동했다.
2일 차 – 경주
안동역에서 경주역까지 무궁화호에 몸을 맡겼다. 경주역도 안동역과 같이 시내에 있었다. 역전 시장을 구경하고 천마총으로 향했다. 경주는 과거 신라의 천년 수도였다. 살아있는 박물관 경주에는 도시 중간중간 높은 릉(능)이 있었다. 봉긋봉긋 솟아난 릉을 보며 이곳이 경주임을 느꼈다.
경주는 낮보단 밤이 아름답다. 해가 진 이후 두 남자는 동궁과 월지(안압지)에 갔다. 동궁과 월지는 과거 나라의 손님을 모셔 잔치를 베풀었던 곳이다. 경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현대에도 우리들을 위해 아름다운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입장하는 순간 두 남자는 나라의 손님이 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바퀴를 여유롭게 걷고 난 뒤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게스트 하우스 로비에 있는 공책을 꺼내 오늘의 경험을 적었다. 잔잔한 물에 비친 동궁과 월지의 그림을 그렸다. 아름다운 경주의 밤이 아른거렸다.
3일 차 – 대구
경주역에서 대구역까지, 무궁화호에 몸을 맡겼다. 도착한 곳은 동대구역이 아닌 대구역이었다. 대구역은 약령시와 인접해 있었다. 두 남자는 걸으면서 솔솔 풍기는 한약 냄새가 신기했다. 조선 효종 때 한약재와 약초를 파는 시장으로 개장된 곳이 바로 대구 약령시다. 한약방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약탕기, 약초들이 걸려있는 거리의 모습이 새로웠다. 마침 숙소가 근처에 있었기에 짐을 내려놓고 대구를 돌아다녔다.
서울에 없는 음식이 대구에는 있다. 중국집에 들어가면 적혀있는 그 이름 ‘중화비빔밥’. 중화비빔밥은 매콤하게 볶음 야채, 고기를 흰쌀밥에 비벼 먹는 중식 덮밥이다. 추가로 반숙 달걀을 터트려 고소함을 더하면 그 맛은 배가 된다. 아쉽게도 이 음식은 대구와 일부 경상도 지역에만 있다. 처음 중화비빔밥을 본 두 남자는 그 맛에 놀랐다.
왜 이렇게 감질나고 맛있는 음식은 주변에 팔지 않는 것인가? 소소한 불평을 내뱉었다. 그만큼 대구에 있는 음식은 하나같이 맛이 훌륭했다. 중화비빔밥을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안지랑 곱창, 서문시장 길거리 음식, 뭉티기, 동인동 찜갈비 등등) 또한 두 남자의 입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식도락 여행으로 대구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 머물렀다.
3일 차 – 밀양
대구를 떠나 밀양으로 갔다. 밀양은 부산을 가기 위한 경유지였다. 두 남자는 3시간 안에 밀양을 느껴야 했다. 밀양역에 내려 영남루를 향했다. 영남루는 조선 후기 만들어진 누각으로 앞으로는 밀양강을 뒤로는 아북산을 끼고 있다.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누각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오래된 나무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다.
누각 옆에는 조선시대의 놀이 중 하나인 ‘승경도놀이’ 판이 있었다. 길쭉한 솔방울처럼 생긴 윤목을 굴려 높은 관직에 오르는 전통 놀이였다. 승경도놀이는 과거 양반자제들이 수많은 관직을 이해하고 관직 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생긴 놀이로써 벼슬에 오르는 포부를 키우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두 남자는 윤목을 굴리며 승경도놀이를 즐겼다.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과 같은 높은 벼슬은 알고 있었지만 이외의 벼슬은 놀이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들어본 적이 없었던 조선의 관직을 뒤로하고 시장을 향했다.
밀양은 국밥인가? 경상도 지방은 음식을 잘한다. 특히 따뜻한 국물에 담긴 국밥이 가진 매력이 상당하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주인아주머니는 내려오는데 욕봤다며 고기를 듬뿍 넣어주셨다. 뽀얀 국물 안에 듬뿍 들어있는 고기, 아무리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마법의 국밥이었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두 남자의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시장을 거느리며 배를 꺼트렸다. 방아갓의 기름냄새, 시장표 떡볶이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영남루와 시장을 마음껏 즐기고 2019년 뚜벅이 여행지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부산으로 향했다.
3일 차 – 부산
부산, 2020년에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문제였다. 2023년이 돼서야 만 두 남자는 본격적인 부산 여행을 했다. 부산에 도착한 두 남자는 영도를 향했다. 바다를 마주한 흰여울문화마을을 방문했다. 항상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는 부산이었기에 부산에서는 열정이 아닌 쉼이 필요했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두 남자는 지난 여행을 돌아봤다. 작년 여행보다 이동거리가 짧은 것에 만족했다.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동, 대구, 밀양은 두 남자가 살면서 처음 가본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먹은 음식들, 만난 새로운 사람들이 생각났다. 가방을 짊어 맨 청년들이 신기했다고 이야기하신 밀양의 국밥 아주머니, 이곳에 청년들이 별로 없어 걱정이라고 한풀이를 하셨던 안동의 조림닭 사장님,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고민이 있었다. 두 남자는 그곳을 잠시 들려 지나가는 행인이었지만 그들의 고민은 여행 내내 생각났다.
창문 밖 바다는 잔잔했다. 윤슬이 빛나는 바다는 여행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서울에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맡겼다. 머릿속에서는 그들이 생각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우리가 다시 보고 싶은 것일까?... 내년에도 또 가방을 짊어머니고 여행을 가야겠다며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열차는 서울에 도착했다. 복잡한 도시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다음 이야기 : 2021년, 세 번째 뚜벅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