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밖으로 꺼내진 장기

해체된 정신의 보고서 - 육아에세이 01

by 공대수석 동치미

누가 나에게 주말에 결혼식에 올 수 있냐고 했다.
육아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그냥 변명처럼 느껴졌나 보다.


내가 네 결혼식 가기 싫어서 애써 지어낸 그럴듯한 변명일까?


난 아이라는 존재가 <배 밖으로 꺼내진 장기> 같다고 느껴진다.


상상해 봐라.

배 밖으로 장기를 꺼냈다.

이거 뭐 어쩌란 거냐.


다시 수술로 배에 넣든, 혈관을 연결해서 혈액을 공급하든, 장기를 두 손에 올려놓고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하나, 피는 뚝뚝 떨어지는데.
그렇다고 쓰레기통에 넣을 거냐?


<전문가! 전문가!!>


전문가를 부르라고?


문제는 장기가 배 밖으로 나왔는데, 의사는 없다.

의사가 말한 동영상을 틀어 놓고 '이렇게 하세요'에 맞춰 손 안에 올려진 장기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영상을 힐끗거려야 하는 거다.


얼마나 숨이 찬가.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우선 식염수에 담글까? 아니야. 헤모글로빈이 파괴되니, 혈액에 넣어야 해. 혈액은 어디서 사? 우선 내 몸에서 혈액을 빼볼까?


이런 비상식적인 하드고어적 느낌인 것이다.

딱 그렇다.


나 결혼식 못 가는 거다.

안 가는 거 아니다.


그러지들 마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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