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편안함이 있는 그곳
오랜만에 대형서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점심을 먹고 늦은 오후, 종로에 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말이면 엄마는 늘 산책을 하자며 책으로 가득찬 숲, 영풍문고에 나를 이끌고 갔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영풍문고에만 갔는데,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영풍문고가 편하다. 어쩐지 그곳이 안락하고 익숙한 느낌이다.
몇년전부터 영풍문고가 지하 공사를 하면서 살짝 썰렁해지기 시작했다. 공사가 끝나면 괜찮아질거란 생각에 빨리 공사가 끝나길 바랬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도 계속 알 수 없는 차가운 기운이 있었다. 그러다 또 조금 지나면 다시 공사를 했다. 오늘도 지하는 공사를 하는지 식당들과 카페들이 거의 다 사라지고 그곳들을 막아두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예전만큼 설레는 공간이 아니었다. 내가 많이 커져서 그런 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전같지 않아서 섭섭한 기분이 든다. 요즘에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기 때문에 비교적 오프라인 서점을 잘 찾지 않게 된다. 나조차도 알라딘 온라인 스토어에서 10%의 할인과 적립금을 활용해 비교적 저렴하게 책을 구매하곤 하던 때가 있기에. 직접 가서 사는 재미와 고르는 맛이 있지만, 어느 순간 조금 더 할인된 가격이 그 재미를 이겨버리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그만큼 더 화려하고 다양해질 텐데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점점 더 휑해져가는 것 같다. 막 서점에 들어갔을 때 한 어르신께서 직원에게 무언가를 큰 소리로 묻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서점을 나오려 할 때쯤 다른 어르신께서 직원에게 다른 무언가를 큰 소리로 묻고 있었다. 이제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묻고 찾는 이들만이 서점을 찾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층과 지하를 한바퀴 돌고 교보문고에 가보기로 했다.
찬바람을 뚫고 교보에 갔다. 교보문고에는 사람이 많았다. 영풍문고에 비해서는 사람이 많았지만 연말의 일요일인 것에 비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치만 두바퀴를 돌고 그냥 나오기로 했다. 그런데 나오려고 하는데 들어온 입구가 보이지 않아서 또 한바퀴를 돌았다. 이상하게도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한바퀴를 돌 던 중 겨우 입구를 찾았다. 입구가 건물 한가운데에 있어서 찾지 못했던 것이다. 하마터면 그곳을 다섯바퀴도 넘게 빙빙 돌뻔 했다. 역시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고 불편해서 오지 않게 된다.
나의 추억의 공간이자 어린시절 많은 시간을 보낸 영풍문고가 점점 시간이 흘러 정말 추억의 공간으로 남고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위 글은 내가 2021년에 쓴 글이다.
글을 쓴지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행히도 대형서점은 여전히 굳건하다. 아니 굳건해졌다고 해야할까. 그 당시 코로나의 여파로 때문인지, 혹은 최근 유행하는 텍스트 힙과 작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덕분인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진 못한다. 그러나 나의 우려와 달리 최근 대형 서점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 책을 애정하고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작은 책방의 사장으로써 뿐만 아니라 한명의 독자로써도 정말 기쁜 일이다.
내 마음 속 작은 추억의 공간이자 친구 같은 곳.
그곳의 입구부터 풍겨오는 냄새가 순식간에 나를 어린시절로 데려간다. 그곳의 물리적 풍경이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보단 이미 채워진 서점의 냄새와 온도, 소리들이 나의 추억을 일깨우며 나를 더 몽글지게 한다고 해야할까.
모든 것은 변하고 또 흐르기 마련인 것을 잊지 말기.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무언가가 있다면 꾸준히 만져주고, 바라봐주고, 발길을 닿아준다면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물리적으로 사라진다 하여도 그 시간 속에서, 내 기억 속에선 잊혀지지 않음으로써 영원할 것이라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