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교, 그리고 스무 살

by SHUN

10대 때는 성인이 되면 꼭 하고 싶은 일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한다. 나 역시 성인이 되면 빨리 하고 싶은 일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운전이었다. 운전을 하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목적지 없이 그냥 어디든 달리고 싶었다.


수능을 보고 바로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했다. 필기시험부터 순서대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과정들을 밟아갔다. 웬만하면 다 한 번에 붙는다고 주위에서 이야기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었다. 다행히 한 번에 모든 과정을 다 끝내고 나는 드디어 운전면허증을 갖게 되었다. 운전면허증을 받으러 가는 날 괜히 뿌듯했다. 이제 운전도 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됐다고 생각했다.


운전면허를 취득했다고 바로 운전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나는 잘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부모님은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던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몇 번의 실전 운전 연습 후 드디어 혼자 운전하는 걸 허락해 주셨다. 당시 어머니는 운전을 자주 하시는 편이 아니었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어머니의 자동차를 쓸 수 있었다.

처음으로 조수석에 부모님 없이 운전을 했던 날은 설렘보다 긴장감이 더 컸다.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었지만 많이 긴장한 나머지 운전 중에 살짝 식은땀까지 흘릴 정도였다.


운전을 시작했을 무렵 가장 많이 운전을 하며 달렸던 곳을 묻는다면 영동대교다. 내가 어느 정도로 영동대교 위를 자주 운전했냐면 전화를 걸어온 친구에게 나 지금 운전 중이야라고 이야기하면 너 혹시 또 영동대교 위야?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정도였다.

내가 살던 곳이 영동대교와 가깝기도 했고 영동대교만 건너가면 바로 강남이었다. 신사동에는 나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점도 많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좋았다. 빅뱅 노래를 들으며 영동대교 위를 달릴 때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신나게 친구들과 놀고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갈 때 영동대교 주위로 반짝이는 야경들을 보면 마치 그 빛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영원히 스무 살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 빛은 꼭 우리의 스무 살 같았다.


요즘은 예전처럼 영동대교를 지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영동대교를 지나거나 보게 되면 내가 막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빅뱅 노래를 들으며 영동대교를 달리던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걱정도 부러울 것도 하나 없었다. 영동대교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나와 주변의 풍경들만 조금씩 변해갈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많은 것이 변해도 영동대교는 나에게 나의 스무 살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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