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놀고 있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사진을 찍어 주겠다며 자기 쪽을 한 번 봐보라고 했다. 나는 사진 찍는 게 언제나 어색하고 그래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거절할 틈도 없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찰칵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찍은 사진을 한참 보고 있던 친구가 대뜸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 나 좋아하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상한 이야기 하지 마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귀고 싶다는 감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였던 그녀에게 좀 더 깊은 감정을 막 느끼기 시작한 무렵이었던 건 사실이었다. 오랜 시간 좋은 친구로 지내왔던 관계가 괜히 섣부른 감정으로 인해 망가지는 게 싫었다. 그래서 일단은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건 고백을 했던 건 내가 아니라 그 친구였다. 4월의 어느 날 그녀는 전화로 사귀자고 고백을 해왔다. 친구 사이였던 우리가 연인으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이 훨씬 컸다.
그렇게 연인이 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예전에 카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때 왜 나한테 너 좋아하냐고 물어봤어? 사실 그때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 건 사실이었거든. 어떻게 알았어? 그러자 그녀는 대답했다. 눈동자, 눈동자를 보고 알았지. 자신을 바라보는 내 눈동자에 완전 하트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내 눈동자를 보고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그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정말 내 눈동자에 하트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사진 찍는 걸 어색해하는 나였지만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의 눈을 먼저 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눈이 아닌 눈동자를 본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우리의 눈동자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가 애써 숨기려고 했지만 내 눈동자만큼은 그녀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요즘 나에게 10대나 20대 친구들의 가장 부러운 부분이 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들의 눈동자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말이다. 요즘은 여러 이유로 인하여 워낙 동안들도 많고 겉모습만 보고는 정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사람들도 그 눈동자만큼은 어린 친구들을 흉내 낼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우리 모두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같은 시절... 시간이 흐르면서 그 빛은 조금씩 약해지겠지만 꿈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그 마음만은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