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jeans

by SHUN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입지 않는 옷들은 바로바로 정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물건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부분의 물건에 나름의 추억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물건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크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정리한 물건을 대신해 새로운 물건들이 어느새 자리를 차지한다. 때로는 새로운 물건을 사기 위해 원래 있던 것들을 정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래된 물건이 주는 매력도 분명 있지만 나는 아직은 새것이 더 좋다.


그런 내게도 오래된 것이 더 좋은 물건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청바지이다. 청바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다. 누군가 평생 하나의 옷만 입어야 한다면 무엇을 입을 거냐고 묻는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청바지를 고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청바지를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갖고 싶던 리바이스 청바지를 사주셨을 때 정말 행복했다. 리바이스 청바지가 너무 좋았던 나는 하루 종일 그걸 입고 독서실도 가고 시험이 끝난 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모아놨던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합쳐서 디올에서 큰맘 먹고 청바지 두 벌을 구입했다. 같은 디자인의 색상만 다른 제품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아마 다른 색상이 또 있었다면 더 구매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두 가지 색상만 나왔던 게 어쩌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당시에도 꽤 큰 비용을 지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았다. 정말 자주 입었기 때문이다. 디올 청바지를 구입한 후 한동안은 청바지를 구매하지 않았었다. 그보다 더 멋있는 청바지를 꽤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청바지가 있지만 내 맘에 드는 청바지를 발견하는 일은 생각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청바지는 시간이 지나 낡더라도 다른 물건에 비해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언제 또 그런 청바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 몸에 익숙해진 청바지가 새 청바지보다 더 멋있게 보일 때도 많아 청바지 정리는 항상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


올해는 날씨의 변덕이 커서 아직 겨울 옷들을 다 정리하지 못했다. 이제 날씨가 완전히 더워지면 다시 한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내 오래된 청바지들을 모아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길 것이다. 청바지만큼은 절대 세탁기에 넣어 돌리지 않는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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