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만 할 수 없는 일

by SHUN

동물을 좋아한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보다 동물이 더 좋을 때도 많다.

어릴 때는 강아지를 키우는 게 소원이었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부모님이 무슨 선물이 갖고 싶냐고 물어보시면 항상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이야기했었다. 부모님은 동물이 싫다며 반대하셨다. 물론 진심이 아니라는 걸 어린 나이에도 알고 있었다. 동물을 키운다는 일에 엄청난 책임감과 수고가 따른다는 것을 부모님은 그때 이미 알고 있었기에 선뜻 찬성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대신 강아지 모양의 장난감이나 인형을 많이 사주셨다. 나는 그런 장난감들에 이름도 붙여주고 함께 놀았었다.


나는 어른이 되면 꼭 강아지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도 강아지를 키운 적은 없다. 키우려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강아지를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이유가 있다. 우선은 내가 정말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한 생명을 보살피는 일에 엄청난 책임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그 시절의 부모님처럼 나도 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책임과 노력을 다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키우던 강아지와의 이별을 맞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왜 시작하기도 전에 마지막을 생각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이별을 맞이할 순간이 온다. 내가 함께 살던 반려동물과의 이별에서 오는 상실감과 슬픔을 견딜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코... 14살 갈색 푸들.

나에게는 조카나 다름없는 강아지이다. 누나가 키우던 강아지가 지난주 금요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온전히 함께 살았던 건 아니지만 코코는 틀림없이 우리 모두의 가족이었다. 누나가 외국에서 잠깐 살았을 때 나와 1년 가까이 함께 살아서인지 코코는 나에게도 각별한 존재였다. 외국 여행을 갔을 때도 일부러 강아지용품 가게를 찾아 코코 인형을 사곤 했다.

작년부터 조금씩 병치레가 잦아지고 쇠약해지는 코코였지만 그래도 조금 더 오래 우리 곁에 있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누나가 느끼는 슬픔은 내가 느끼는 슬픔과는 또 다를 것이다. 슬픔을 크기로 표현한다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슬픔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나는 뭐라 위로를 해주면 좋을지 몰라서, 그리고 무슨 말을 한들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아직 전화도 하지 못했다. 톡으로 간단하게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만 남겼을 뿐이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누나도 이제는 두 번 다시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는 묻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언젠가는 또 맞이할 이별을 견뎌 낼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코코에게 우리는 어떤 존재였으며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었을까?

안녕 코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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