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숫자인 건 맞지만...

by SHUN

얼마 전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그중에서는 만나 지 10년도 더 지난 친구도 있었다.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 나이를 먹을수록 여러 사람이 시간을 맞춰서 만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날도 만나기로 했던 친구 중 한 명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나오지 못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약속을 미룰까도 했지만 그냥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라도 만나기로 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도 있어 어색하지는 않을까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보니 다른 친구들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오랜만의 만남에 처음에는 살짝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우리는 그동안 잘 지냈냐는 안부를 묻고 서둘러 식사를 할 식당으로 향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 약간의 어색함도 어느샌가 사라졌다. 그때와 다름없는 장난을 치고 서로를 놀리고 대화의 대부분이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는 내내 그런 식의 대화가 이어지자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즐겁고 재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화의 모든 내용을 쓸데없는 장난과 농담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현재 우리 세대의 고민이나 사회생활과 관련된 약간은 진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도 결국은 말장난처럼 이어지는 대화에 나중에는 그런 시도 자체를 포기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도 대화는 한참 더 이어졌다. 대화 주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6시간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도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친구들의 모습에 안도하기도 했지만 나이에 따라 변하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즐겁고 재밌었지만 무언가 중요한 게 빠진 느낌이었다. 이날만큼은 나이가 숫자에 불가하다는 말에 100% 동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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