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by SHUN

사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원해서가 아니라 의무이고 숙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내가 쓴 일기를 누군가 본다는 것은 어린 나이에도 많이 싫었다. 그래도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기를 쓰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면 절대 안 할 것 같다.


특히 우리 집은 글쓰기를 조금 더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아빠가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셨기 때문에 그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비교적 부드러운 성격의 아빠셨지만 매일 저녁 일기 검사만큼은 엄격하게 하셨던 기억이 난다. 아빠 직업의 특성상 집에는 책도 정말 많았다. 아빠의 서재가 책으로 꽉 찼던 것은 물론이고 집 곳곳에 책이 있었다. 그래서 이사를 할 때마다 항상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책 때문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너무 어릴 때부터 책에 압도당해서였을까? 나는 책을 읽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글 쓰는 것은 더 좋아하지 않았다. 아빠의 일기 검사도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그렇게 글쓰기와는 더욱더 멀어졌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은 것을 계기로 책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살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빨리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건 해리포터 시리즈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점차 독서에는 취미를 붙였지만 글쓰기에는 좀처럼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 이유는 바로 아빠와의 이별이라 생각한다. 올해 1월 말 아빠는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아빠와 나의 관계가 아주 살갑거나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빠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슬픔에 잠겨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빠가 쓰시던 짐들과 서재를 정리하는 일도 그중 하나였다. 서재를 정리하면서 아빠가 쓴 책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기 한 줄 쓰는 것도 힘들었던 나인데... 아빠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빠가 쓴 글을 통해 아빠를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아빠가 누군가 자신을 추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셨던 것은 아니겠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아빠의 책들에 쌓인 먼지를 정성껏 털어내어 책꽂이에 정리하면서 나도 무언가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빠의 글쓰기 능력을 내가 많이 닮았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여전히 글쓰기는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렵기는 해도 싫지는 않다. 어릴 때는 내가 쓴 글을 아빠가 보는 게 너무 싫었는데 이제는 내가 쓴 글을 아빠가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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