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by SHUN

한 달 전쯤의 어느 주말,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날씨가 좋아서 오랜만에 산책이라도 할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아파트 공동현관을 나가자 고양이 한 마리가 주차된 차 밑에서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체구는 그렇게 크지 않고 얼룩무늬가 있는 얼굴이 귀여웠다. 내 손을 물며 장난을 치는 것을 보니 나름대로 사람의 손길이 익숙한 고양이 같았다.


그런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눈 한쪽이 불편해 보였다. 선천적으로 그런 건지 아니면 다쳐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마음이 쓰였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그냥 가기에는 왠지 마음에 걸려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 고양이 간식을 몇 개 샀다.


혹시나 사라졌을까 하는 마음에 급하게 뛰어서 돌아가보니 처음에 있던 차 밑에 앉아 있었다. 간식을 주자 약간은 경계하면서도 잘 받아먹었다. 허기가 졌는지 하나로는 만족하지 않는 눈치여서 사간 간식을 그냥 한 번에 다 주었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라면 매번 끼니를 챙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얼마간이라도 배부르게 있을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의 특성상 다시는 볼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겨봤자 뭐 하겠나 하는 마음으로 있는 간식을 다 주었다.


그런데 산책을 하면서도 내내 그 고양이 생각이 쉽게 떠나지 않았다. 사실 길고양이를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한쪽 눈이 불편한 모습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어디선가 몸이 불편한 동물들은 무리에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의 삶이란 위기의 연속이겠지만 나는 그 고양이가 진심으로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산책을 마무리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그러자 어제 만난 고양이 생각이 나면서 걱정이 되었다. 어제 고양이를 만난 장소를 창문으로 내다봤지만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있을 리가 없지 하면서도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길고양이들은 비가 오는 날은 어디에서 지내며 어떻게 비를 피할까? 이런저런 길고양이와 관련된 생각들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에도 비가 왔다. 오며 가며 혹시 다시 만나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그 고양이를 볼 수 없었다. 혹시 기르던 주인이 고양이를 찾아서 데려간 게 아닐까? 분명 사람에게 익숙한 고양이 같았다.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겠지. 나는 제발 그렇게 됐기를 바라며 또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이 되었다. 아직도 고양이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까? 아침부터 창문으로 고양이를 만났던 곳을 살펴보는데 그 고양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미리 사두었던 간식을 가지고 얼른 내려가 보았다. 그런데 간식을 내밀어도 예전처럼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사람들에게 혼이라도 났는지 처음 만났을 때 보다 경계심이 많아 보였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최대한 멀리서 간식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간식을 다 먹자 재빠르게 차 밑으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더 커질까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외출을 할 때마다 고양이 간식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하나씩 주자는 생각이었다. 나 말고도 고양이에게 간식을 챙겨주는 다른 주민들을 보며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간식을 챙겨준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이 아이가 이제는 조금 경계심이 사라졌는지 약간은 친한 척을 하기도 하고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는 고양이 특유의 몸짓을 보이기도 했다. 그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진다. 이 고양이는 분명 사람의 손길에 익숙한 고양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그렇게 놀아 주다가 시간이 돼서 돌아가야 할 때면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키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마음만으로는 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고양이를 보며 고양이의 삶이나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은 주위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 가끔 친구나 지인의 집에 갔을 때 고양이들을 만나게 된다.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인간보다 나은 삶은 사는 것 같은 고양이들도 있는데 이 길고양이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불안하게 살고 있을까?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모두가 꿈꿔왔던 삶을 너무 쉽게 손에 넣은 것 같은데 왜 누군가는 아직도 미래를 불안해하며 고단한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걸까?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까? 고양이에게도 원래 삶은 불공평하다고 이야기라도 해주어야 할까?





그렇게 고양이를 챙겨준 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나와 우리 가족의 발소리를 기억하는지 근처에만 가도 먼저 다가왔다. 놀아달라고 친한 척을 하는 고양이를 보며 일부러 시간을 내서 놀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이렇게라도 잘 살기를 바랐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봤지만 벌써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대체 그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무슨 이유로 한 달 넘게 잘 지내던 이곳을 갑자기 떠났을까? 다시는 그 고양이를 만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집에 잔뜩 남은 고양이 간식을 보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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