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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의 경제학 - 샴페인은 언제 터지는가?

‘환희’의 시장 속, 딸에게 전하는 현금과 균형의 지혜

by 도진
"아빠, 나스닥과 코인 급등하는데 벼락거지 될까 무서워요.
이 버블, 언제 터질까요?"


대학생 딸인 너의 질문은 지금 자본 시장이 느끼는 가장 첨예한 불안감을 담고 있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연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고, 금값마저 치솟는 이 '환희'의 시기는, 현금을 쥔 사람들에게 FOMO(Fear of Missing Out)를 넘어선 깊은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지. 마치 만선(滿船)의 깃발이 펄럭이는 항구에서, 혼자 빈 배에 앉아 있는 듯한 심정일 거야.


수십 년간 경제 현장을 분석해 온 아빠로서, 네게 명확히 말해 줄게. 버블이 터지는 정확한 시점은 누구도 알 수 없어. 그 타이밍을 맞추려다 오히려 시장의 파도에 휩쓸리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열 현상을 만들어내는 엔진을 이해하고, 버블의 붕괴 속에서 기회를 잡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단다.



버블의 두 엔진: 끓어오르는 '유동성 기대감'과 'AI 광풍'


딸, 모든 버블의 뒤편에는 돈의 흐름인간의 마음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엔진이 숨어 있단다.


첫 번째 엔진은 유동성(Liquidity), 바로 돈의 힘이지. 현재 시장에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저금리 압박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해. 금리를 낮춰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정치적 시그널은 앞으로 더 많은 돈이 풀릴 것이라는 투기적 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지. 여기에 한국 정부마저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등 전 세계가 직간접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집중하고 있단다. 이처럼 돈이 넘쳐날 때 현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주식, 코인, 금을 가리지 않고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거야.


두 번째 엔진은 AI와 기술 혁신에 대한 '광풍'이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역사적 고점에 있다는 것은, 이 AI라는 거대한 기술 혁명이 엔비디아 같은 선두 기업들의 가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란다.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달콤한 속삭임이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돈의 흐름과 만나 거대한 신기루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버블의 실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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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인가 혁신인가: '거품'과 '가치'가 충돌하는 영역


우리는 지금의 상승장을 단순히 맹목적인 광기로 단정하기 어렵단다. 인터넷 버블이 신기루였다면, AI는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시각 역시 타당하기 때문이지.


문제는 '속도''범위'야. 새로운 기술이 시작될 때 선두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는 속도혁신과 무관한 수많은 자산까지 덩달아 오르는 범위는 늘 경계해야 해.


우리는 지금 '거품''진정한 혁신'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영역에 서 있어. 시장이 성장(Growth)이라는 이름으로 탐욕(Greed)을 정당화하고 있다면, 역사를 통해 배운 대로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된단다. 이럴 때일수록 감정을 배제하고, 어떤 기업이 실질적인 이윤을 만들고 있는지, 어떤 자산이 단순한 투기 심리로 움직이는지를 냉철하게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해.



샴페인 붕괴의 신호: 시장의 '빨간불'을 감지하는 법


샴페인이 터져 유리 조각이 튀는 순간은 대개 유동성 축소심리 역전이 동시에 발생할 때란다. 이 두 가지를 포착하는 것이 실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해.


첫 번째 빨간불은 금리 인하 기대감의 소멸이야.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준이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금리 인하를 지연하거나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면, 시장에 공급되던 '싸구려 돈'의 연료가 끊겨 급격히 냉각될 수 있어.


두 번째 빨간불은 주변의 환희가 광기로 변할 때야. 투자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빚을 내서 코인이나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기 시작하고, 모두가 '쉽게 돈 버는 이야기'에만 귀 기울일 때, 그것이 바로 시장 심리가 정점에 달했다는 강력한 신호지. 이럴 때일수록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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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쥐는 이유: 폭락장에서 기회를 낚는 그물


딸, 현금은 단순히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수단이 아니란다.


대학생인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학업과 미래를 위한 역량 개발'이야. 네가 지금 학업에 집중하고, 아르바이트나 용돈을 통해 조금씩 모은 시드머니(종잣돈)를 소중히 다루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란다. 이 시기에 벼락거지 공포 때문에 미래를 걸고 투기에 나서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결정이야.


그리고 버블이 터졌을 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현금이야. 현금은 폭락장에서 가치 있는 자산을 헐값에 매수할 수 있는 '구매력'을 의미해. 시장이 공포에 질려 훌륭한 자산들을 헐값에 내던질 때 비로소 네가 기회를 낚는 그물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거지.


따라서 현명한 자세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분산 투자하고, 버블 붕괴에 대비하여 기회를 잡을 현금(Dry Powder)을 균형 있게 보유하는 것'이란다. 학업에 충실하며 튼튼한 균형감각을 갖추고, 이 현금 그물을 준비하는 것이 이 환희의 시대 속에서 네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자세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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