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동산 투자의 본질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부동산을 볼 때 땅과 건물의 가치보다 '정책의 그림자'와 '금리의 무게'를 먼저 따지고 있다. "지금이 바닥이다", "규제가 더 풀려야 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우리의 투자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목소리들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최근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2025년 상반기부터 서울의 핵심 지역, 특히 강남, 서초, 용산 같은 '부동산 계급도의 최상층'을 중심으로 가격이 다시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 지표에서 보듯, 강남 3구가 전국 집값 상승을 이끌었고, 20억이 넘는 아파트의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열망은 6월과 9월에 정부가 대출 규제와 공급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열기를 쉽사리 꺾지 못했다. 오히려 9월 7일 공급 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 폭이 확대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카드를 꺼냈다. 2025년 10월 15일, 시장의 탐욕을 꺾고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던 초고강도 대책이 그것이다. 서울 전역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재지정되었고, 25억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 원으로 급감했다. 전세대출까지 DSR에 포함시켜 '갭투자'의 길을 사실상 봉쇄해 버렸다. 이로 인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영끌'을 외치던 시장은 갑자기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딜레마'에 갇혀버렸다. 어제 내가 내린 결정이 오늘 후회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 '자산이라는 작은 왕국을 경영하는 CEO'가 되기로 결단해야 한다. CEO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 앞에서 흔들리기보다 그 속에서 변치 않는 CORE 가치를 발견하고 통제하는 사람이다.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우리보다 훨씬 거대한 혼돈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일론 머스크의 고민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투자 고민과 맞닿아 있다.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격화된 가격 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았다. 여기에 각국의 보조금 정책(Context) 변화와 품질 이슈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많은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몰락을 점쳤다.
당시 머스크에게 가장 괴로웠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일시적인 시장의 유행(Cycle)과 규제(Context) 때문에 가격을 낮춰서라도 당장의 판매량을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핵심 기술 개발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단기적인 성과와 주주들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머스크는 고독한 결단을 내렸다. 그는 테슬라의 CORE 가치를 '자동차 생산'이 아닌, '자율주행 기술(FSD)과 AI, 로봇을 통한 미래 혁신'으로 규정했다. 단기적인 판매량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공장 증설 계획을 늦추고 AI와 로봇 개발에 자원과 인력을 집중했다.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순간에도 FSD 기술 고도화에 올인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CEO의 시각이다. 시장의 잡음(정책과 금리)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미래 가치를 결정할 '변치 않는 CORE'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의 부동산 투자는 종종 테슬라의 단기적인 판매량 경쟁에 매몰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할 것은 자산이 창출하는 '본질적인 가치'인데, 우리는 정부가 건드리면 쉽게 부서지는 '대출 규모'나 '단기적 심리'만 쫓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핵심(CORE)'이란 바로 이 자산이 시장에 제공하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이다.
1. Creation (창조): 압도적인 입지나 희소한 건축 가치처럼, 그 자산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다.
2. Operation (운영): 편리한 주차, 효율적인 관리, 안전한 시스템처럼, 사용자에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거주 경험을 제공하는 능력이다.
3. Relation (관계): 직주근접, 학군, 몰세권처럼, 주변 인프라와의 강력한 시너지를 통해 가치를 증폭시키는 연결성이다.
4. Enabling (잠재): 교통망 확충, 재건축 계획처럼, 향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우리가 10/15 정책 같은 충격에 흔들리는 이유는, 우리의 투자 기준이 이 CORE 가치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CORE 가치가 견고한 자산은 정책이 바닥을 치든, 금리가 요동치든, 결국 그 본질적인 힘 때문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나는 수많은 기업이 흥망성쇠를 겪는 것을 지켜봤다. 망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본질'을 잃고 '단기적 이슈'에만 반응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자산의 가격이 정책의 파도에 휩쓸려 하락할 때, '도박꾼'은 공포에 질려 시장을 떠난다. 하지만 'CEO 투자자'는 냉철하게 본질을 묻는다.
"지금 이 가격 하락이 우리 집의 CORE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가? 아니라면, 이 공포가 저평가된 우량 자산을 인수할 기회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동산 투자, CEO처럼 생각하라》는 철학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정부의 발표나 시장 예측에만 의존하는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책임지고 성장시키는 '경영자(CEO)'가 되어야 한다. 다음 장부터 우리는 CORE라는 나침반을 들고, 정책과 시장이라는 격랑을 헤쳐나갈 10가지 전략적 질문을 탐구할 것이다.
이제 당신의 투자를 '경영'이라는 항해로 끌어올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