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보조’는 없다
더 이상 ‘보조’는 없다
한때 회사는 연습장이었다.
막 입사한 신입은 팀장 옆자리에서 메모하고, 프린트하고, 회의실을 잡고, 보고서 출력본을 맞춰 제출했다.
작업 자체가 별 의미는 없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일하는 방식, 문제를 푸는 시선, 말의 무게를 배웠다.
하지만 이제 그 시대는 끝났다.
자동화와 협업툴, 클라우드 시스템, AI 기반 요약과 정리 덕분에 ‘보조’라는 역할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AI에게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입은 더 이상 선배의 ‘그림자’가 아니다.
업무는 쪼개져 클라우드에 배정되고,
대화는 메신저에 흩어지고,
보고서는 완성된 문서 형태로 공유된다.
이제 주니어는 보조 없이 바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 시대에 던져졌다.
리더들은 말한다.
“요즘 친구들은 왜 배워야 할 태도를 안 갖췄지?”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배움은 복기에서 나오고,
복기는 관찰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금의 일터에서는
‘관찰할 선배의 뒷모습’조차 찾기 어렵다.
선배는 재택이고, 보고는 문서고, 지시는 텍스트다.
그래서 이제 주니어 육성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보조로 데리고 다니며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다.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과제를 주고, 실패하게 하고, 피드백을 주며 키워야 한다.
‘작은 리더십’을 수십 번 경험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신입에게 파일 정리 대신, 작은 문제 하나를 던진다.
“이 기획에서 놓친 점이 뭘까?”
“고객 입장에서 이건 어때 보여?”
“이거 네 방식으로 한번 풀어봐.”
그 대답이 어설퍼도 좋다.
그 답변 속에서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디에서 멈추는지가 보인다.
그걸 보는 게 ‘육성’이다.
이제 주니어는 보조가 아니라,
작은 리더로 시작해야 한다.
그게 시대가 바뀐 방식이다.
그게 육성의 새로운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