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형이 사라질까 봐, 나는 기다렸습니다
우주의 이야기처럼, 형의 마음도
우주의 이야기를 불꽃으로 태우며 떨어지는 별똥들,
어떤 별은 땅으로 떨어져 운석이 되어
지구의 품 안에서 삶을 살아가지만,
얼음덩어리였던 별똥별은 지구로 떨어지며
스스로를 태우고,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어린 동생의 마음에, 형은 그런 별똥별이었습니다.
아빠가 비운 자리를 형이 대신 채워주었고,
동생은 형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형이 어느 날, 문을 닫았습니다.
같이 시간을 나누던 형이 침묵을 선택하자,
동생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형을 바라보며
조용히, 작은 마음을 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단 하나뿐이던 컴퓨터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조용히 치우고,
형이 싫어할까 봐,
조심스레 침묵을 지키며 형을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운석처럼 단단해진 형이,
다시 예전처럼 다가와 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그 바람은 닿지 않는 것 같았고,
형은 동생의 마음속에서
점점 연기처럼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끝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엄마는 형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잦은 이사로 자주 바뀌었던 학교.
짧은 시간 안에 친구를 사귀기조차 어려웠던 나날들.
그래서 늘 외톨이였던 형.
집에서는 엄마의 늦은 퇴근,
한 달에 한두 번 얼굴을 비추는 아빠의 푸념과 하소연을
어린 마음으로 다 받아내야 했던 형.
엄마의 빈자리를 묵묵히 감당하며,
아빠로부터 어린 동생을 지켜내기 위해
방패막이처럼 스스로를 내세우며
조용히 버티고 있었던 형이었습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동생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 속에서,
형은 여전히 ‘가족’이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안도감이 마음속에 피어났습니다.
동생의 마음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조심스럽게 형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습니다.
비록 아직은 서툰 마음이지만,
동생은 배려 속에
이해와 기다림을 함께 품었습니다.
형의 마음이 다시 열릴 때까지,
엄마 곁에서 함께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믿음으로 지켜낸 기다림
형이 자신을 태우며 빛을 발하면서 참아왔던 아픔의 시간들.
그 시간들을 지나,
하나의 운석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단단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입시에 시달리면서도
동생은 엄마와 함께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었습니다.
형이 언젠가 돌아올 거라는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형은 반드시 자신을 이기고 돌아올 거라는 깊은 믿음이었습니다.
포기와 두려움이 그 믿음을 덮으려 해도,
동생은 조용히 마음을 다잡으며
그 믿음 하나를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형이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건넨 귤 한 바구니에
“잘 먹었다”는 말을 전해주었고,
과자 한 봉지를 챙겨주는 손길을
형은 천천히 받아주었습니다.
그 마음이 닿았던 걸까.
형은 짧은 말을 조심스레 건네기 시작했고,
동생에 대한 궁금한 점도 하나둘 물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형은 동생을 위해 과자 한 봉지를 사 와
아무 말 없이 손에 조용히 건넸습니다.
그 작은 봉지 속에는
오랜 시간 동안 동생이 믿고 기다려준 마음에 대한,
서툴지만 분명한, 따뜻한 보답이 담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