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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뜨개를 아시나요?

몰입 카디건 숄 : 몰입뜨개로 가족커플룩 만들기

by 최지현

오히려 바쁜 날보다 집에서 온전히 쉬는 날이 뜨개를 더 적게 한다. 여유롭다는 이유로 뜨개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날도 뜨개를 하다가 습관적으로 SNS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눈을 사로잡는 글을 보았다. 몰입뜨개 모집글이었다. 몰입뜨개란 30분 동안 뜨개에 온전히 집중해 보는 뜨개챌린지이다.


스크린타임을 줄이고 집중의 시간을 가져보기

글을 보고 있는 나도 뜨개를 하다 말고 SNS를 보고 있었으니 뜨끔했다. 그렇게 몰입뜨개를 시작했다. 처음 30분은 정말 길었다. 30분 동안 뜨개만 하려니 좀이 쑤셨다. 뜨개를 하기 전만 해도 나는 영화보다는 책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뜨개를 하면서 영상 보는 시간이 늘었다. 이런 상태에서 몰입뜨개를 하려니 조금은 힘들었지만 뜨개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게 되었다.



나의 첫 몰입뜨개

몰입뜨개를 하면서 처음 뜨기 시작한 작품은 어깨에 두를 숄이었다. 카디건 형태로 만들어서 간절기에 딱 좋겠다 싶었다. 내 카디건 숄을 뜨고 있으니 남편이 관심을 가졌다. 남편이 관심을 가지는 뜨개작품은 흔하지 않은데 길이를 좀 길게 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 보니 만들어주면 잘 입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카디건숄을 뜨고 나서 남편 카디건 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뜨다 보니 성산이 것도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이왕이면 가족커플룩으로 만들어 내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완성된 가족 커플템


뜨개작품들은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2개 뜨는 것도 쉽지 않은데 1개를 뜨고도 2개를 더 떠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진짜 이건 몰입뜨개가 아니었으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렇게 가족 카디건 숄이 완성이 되었다. 몰입뜨개를 하기 전까지는 옷 하나를 만드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내가 손이 느린 편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집중을 못하니 완성까지의 시간이 더 늘어나있던 것이었다. 하루에 30분씩 집중해서 뜨다 보니 집중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몰입뜨개는 나에게 좋은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랜선이모들은 성산이 가디건숄을 가장 이뻐해주셨다


몰입뜨개를 인증하는 단체채팅방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러다 보니 몰입뜨개를 인증하고 나면 무엇을 뜨는지, 어떤 실을 쓰는지 각종 질문들이 올라온다. 뜨개에 대해 이렇게 심층(?)적인 질문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몰입뜨개를 하면서 서로 소통하다 보니 더 친밀해지게 되었다. 항상 몰입뜨개 인증 사진에 성산이를 같이 찍어서일까. 성산이 이야기도 가끔 하면서 더 친해지게 되었다.(한 번도 성산이와 만남을 가진 적은 없지만 나는 과감히 몰입뜨개 멤버들을 성산이 랜선이모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카디건 숄

몇 달 동안 꾸준히 몰입뜨개 인증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이 생겼다. 장소는 서울이었다. 사실 지금 고백하자면 일정과 장소가 조율되는 동안 나는 눈팅만(의견을 개진하거나 어떤 활동을 하지 않고 묵묵히 구경만 하거나 염탐하는 사람) 했다. 그날 일정이 없었음에도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좋았던 호감이 오프라인에서 만났다가 반감이 될까 무서웠다. 그래서 뜨개 모임 후기 사진을 보고 부러워만 했다. '나도 갈걸.'이라 생각을 했지만 그 아쉬움이 모임참여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다 세 번째 정기모임이 있을 때 처음으로 뜨개모임에 참석했다. 모두 초면이지만 뜨개라는 매개가 있어서일까? 처음 만나는 것 같지 않고 익숙한 느낌이었다.(이렇게 말해놓고 나는 앉자마자 어색해서 뜨개 하면서 이야기하려고 뜨개거리를 꺼냈다.)




무늬 한가득 스웨터 도.. 전!

몰입뜨개 단톡방에는 뜨개 선배님들이 많다.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가 뜨개모임을 유지하다 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폭도 넓어졌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온 분의 작품을 따라 무늬 가득한 옷도 시작했다. 단체방에 같은 걸 뜨는 분들이 많아서 뜨다 막히면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무언가를 도전하게 만드는 뜨개모임이 너무 좋다.






매일 몰입뜨개를 올리다 보니 오늘은 257일의 몰입뜨개가 업로드되어 있다. 만약 몰입뜨개를 꾸준히 못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과 단체채팅방이 부담스러워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뜨개의 폭이 넓어질 수 있었을까? 나는 나의 이런 뜬금없는 용기를 사랑한다. 이 뜬금없는 용기 덕분에 혼자 해도 무척 즐거운 뜨개가 같이하면서 더 즐겁고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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