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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부 시작! 나 괜찮을까?

신혼 이지블랭킷 : 마음은 Not Easy

by 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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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몰디브


우리는 만난 지 딱 2년이 되는 날 결혼을 했다. 결혼식장도 처음 간 곳이 마음에 들어 바로 계약을 했다. 엄마는 누가 결혼식날짜랑 장소를 그렇게 정하냐고 걱정했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이리저리 재기보다는 "이거 어때? 응! 좋아!" 하며 살고 싶었다.


조금은 가볍게, 단순하게 살고자 했다. 결혼 준비 시기, 남편은 무척이나 바빴다. 함께 하지 못해서 서운하다기보다는, 내가 덜 바빠서 다행이라 여겼다. (바쁜와중에도 그는 신혼여행 준비만큼은 완벽히 해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출근날 아침에 그는 곧바로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근무지는 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기에, 집에서 출퇴근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혼 전과 후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주말부부’라는 현실은 의외로 크게 다가왔다. 금요일 저녁이 가장 기다려졌고, 일요일 저녁이 가장 싫었다. 내 생활은 남편이 오고, 남편이 다시 떠나는 일정에 맞춰져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시간적 여유가 꽤 많아서 여러 개의 블랭킷을 만들었다. 이번에 뜨기 시작한 블랭킷은 ‘이지 블랭킷’. 말 그대로 easy(쉬운) 블랭킷이다. 코바늘을 처음 접하면 가장 먼저 만들어보는 ‘그래니스퀘어’ 무늬로, 초보자에게 익숙한 도안이었다. 패키지에는 어떻게 조합해도 예쁜 실들이 담겨 있었고, 색 배치도 쉬웠다. 쉬운 작품이라 금방 끝낼 생각에 즐거워야 했지만, 마음 한쪽이 공허했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나도, 친구는 필요하다. 그 시기의 기분은, 마치 제일 잘 통하는 친구가 갑자기 멀리 이사 간 느낌이었다. 어느 날, 혼자 백화점에 다녀온 날 기분이 좋지 않았다. 퇴근한 남편에게 “나도 남편은 있는데, 나만 혼자인 기분이야.”라고 투정을 부렸다. 백화점에 맡긴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부부들이 여유롭게 쇼핑하는 모습을 보고 괜히 심술이 났다. ‘나에게 시간이 너무 많아서 이런가?’ 싶어, 더 바쁘게 지내보기로 했다. 평소라면 나가지 않았을 모임에도 참석하고, 성산이 산책도 더 자주 했다. 그랬더니 오래 걸어 발바닥이 아팠고, 뜨개질을 오래 해서 어깨가 아팠다. 더 피곤해졌는데도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주말부부 좋지 않아?

그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다. 주중에는 자유롭게 지내고, 주말에만 배우자를 만나는 주말부부. 많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같이 있지 않아서 속상해.”라는 말을 나는 쉽게 하지 못했다.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듣고 싶은 대답을 정해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그럴 거야’라고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했다. 말해놓고 속상했다. 속상해서 더 열심히 블랭킷을 만들었다. 뜨개질을 하면 마음이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다.


생일인데 정말 안 가봐도 돼?

결혼 3개월 차 남편이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우리 부부는 기념일을 크게 챙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남편은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하고 첫 생일인데, 아내를 꼭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었다고 한다. 그가 무리해서 올라오려는 게 보였다. 나는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그런 나를 아는 사람이 왜 이러나 싶었다. 그래서 짜증이 났다.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날이 선 말이 나왔다.

지금도 가끔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또, 그 생일 때처럼 그러려고?”라며 농담 삼아 웃는다. 우리 부부에게 그 사건은, ‘진짜 아니라고 하면 아니다. 남의 시선보다 우리 마음이 중요하다’는 암묵적인 룰을 만들게 해 준 계기였다.



오른쪽의 꼬리실들이 다 정리해야 할 것들

이 쉬운 블랭킷은 뜨는 건 정말 편했지만, 귀찮은 과정이 하나 있었다. 배색에 사용한 실들을 티 나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다. 블랭킷 본체를 완성하는 데는 5일이 걸렸지만, 실 정리와 테두리를 다 뜨는 데만 이틀이 더 들었다. (정리하다 지쳐서 중간에 커피를 사러 나가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아무리 쉬운 작품이라도 반드시 고비는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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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시작한 것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이지 블랭킷도 마무리에 이틀이 더 걸렸지만 결국 끝냈다. 주말부부도 마찬가지였다. 1년 4개월 만에 주말부부가 끝이 났다. 끝을 보기까지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잘 견뎌냈다. 블랭킷을 만들며 실 정리하는 법을 배웠고, 주말부부를 통해 남편의 소중함도 다시 느꼈다.


쉬운 블랭킷에도 정리해야 할 실이 있듯,
쉽지 않았던 시간들도 우리를 조금씩 자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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