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넥워머 : 직접 만들어 보는 나와 성산이의 커플 아이템
나는 뜨개를 10살쯤 처음 시작했었다. 그 시절에 동네에 뜨개방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동네 뜨개방을 찾아가서 목도리를 뜨고 싶다고 말했다. 그곳의 선생님과 아주머니들은 나를 이뻐해 주시며 목도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그렇게 내 첫 뜨개작품은 목도리였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을 더 좋아하는 나는 목도리는 만들기만 하는 전시용 작품과 같았다. 그러나 한겨울에도 빠짐없이 산책을 해야 하는 보더콜리 견주. (우리는 모든 계절을 느끼고 산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특히 겨울에 방한용품은 필수이다. 굴러갈 수 있을 정도로 옷을 단단히 껴입은 후 목도리를 이쁘게 매고 나가는 것은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 그래서 넥워머를 만들었다. 내 사이즈로 만들고 나니 실이 남았다. 사이즈만 줄이면 성산이 넥워머도 금방 만들겠다 싶었다.
사실 성산이는 이중모를 가진 보더콜리라 목도리가 필요 없다. 그러나 같이 무언가를 하고 나가면 (내가) 더 즐거울 테니 이건 하지 않을 수 없는 작업이었다. 만들고 나서 보니 사이즈만 조절하면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 거 없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뜨개 단톡방에 만든 커플 넥워머를 자랑했다. 그 후 도안을 만들어 팔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그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이걸요?'라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한 반복작업으로 만들어지는 넥워머라서 거절하려고 했었다.
그 순간 나의 모든 시작은 아주 가볍고 사소하게 시작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도안들 만들기로 결심했고 만들다가 정 안 되겠으면 만든 거 나눠드리지 싶었다.
이렇게 말해놓고 같은 도안으로 사이즈를 다양하게 5개쯤 만들었다. 일부러 5개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사이즈를 각각 다르게 아래에서 위로도 떠보고 위에서 아래로도 떠보고 하다 보니 5개가 나왔다. 5개를 뜨고도 2개는 추가로 떠서 성산이 친구들에게 선물해 줬다. 그 후 도안 사이트에 도안을 등록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인스타에 홍보도 했다.
간단한 도안임에도 막상 만드려고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도안을 만들면서 계속 넥워머를 뜨다 보니 다시는 넥워머를 만들고 싶지 않을 만큼 만들어 본 거 같다. 그렇게 도안을 하나가 완성되었다. 도안 판매가 대박이 나서 도안 작가가 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주변인들이 사주신 거 외에는 판매는 부진했다. 그래도 이렇게 시작하고 나니 또 어떤 도안을 만들어 볼까 하는 즐거운 기대감이 생겼다. 그 뒤로 신나서 수업용 도안도 몇 가지 만들어 봤다.
뜨개수업을 위해 종종 간단한 도안들을 만들기는 했지만 이번 도안은 마음이 달랐다.(이 간단한 도안에 몇 번의 손이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스스로도 만족하는 도안이 만들어지고 뜨개 수업도 몇 번 진행했다. 내 도안을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준다니 뿌듯했다. 그리고 수업하면서 내가 가르치는 거 자체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뜨개 수업도 도안 판매도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의 요청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흘러갔다. 아마 스스로 준비가 다 된 후에 시작하려고 했으면 아직도 시작하지 못했을게 뻔하다. 부담감을 조금 덜어내고 우선 해보고 나니 생각보다 '나 좀 잘하잖아?'라는 뻔뻔함도 생겼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도 우연한 지인의 소개였다. 단순히 글을 쓰는 모임으로 생각하고 갔던 터라 '브런치스토리 가입은 하셨을까요?' 하는 질문에 '그게 뭐예요?'라는 반문을 했던 황당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가볍게 쓰기 시작한 글작업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꾸준한 연재를 위해 하나의 글을 덧붙이고 덜어내며 매주를 보내고 있다.(즐거운 압박감과 함께)
무언가를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나의 재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히 하다 보면 완벽에 가까워진다는 걸 이제는 안다.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재능일 것이다.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