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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계속 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니까

이사 하트블랭킷 :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기

by 최지현
저희 닮았나요?



개는 주인을 닮는다고 했던가? 아니 이미 닮은 개를 주인이 선택한다고 했나? 성산이를 보면 정말 '너는 나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혼자 노는 거 좋아하고 사람이나 개가 많으면 금방 지치는 것이 놀랍도록 닮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심지어 지인들은 외모적으로도 닮았다고 했다.)

나도 성산이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야외에서 오래 노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짧고 가볍게 놀 수 있는 마당이 갖고 싶어졌다.




"결혼하면 어디서 살아? 우선 아파트에 사는데 전원주택 알아볼 거예요."
"로또 되면 뭐 하고 싶어? 전원주택 매매요."


이 당시 나의 관심은 온통 전원주택에 있었다. 전원주택의 단점에 대해 끊임없이 들어도 나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우선 살아보고 싶다. 그러다 살고 있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타운하우스를 발견했다. 주변 생활인프라는 없지만(편의점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자차가 있어서 상관없었다.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니 오히려 조용하고 아늑해 보였다. 그곳에는 여러 구조의 타입들이 있었다. 그중에 우리는 단층구조의 마당을 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 보이는 건 남들에게도 좋아 보였던 걸까? 단층타입은 이미 전부 계약 마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한테 복층이라도 가자고 졸랐다. 하지만 우리 남편은 안된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거면 다 해주는 사람인데 이거는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서운했다.(서운한 티를 팍팍 내도 안된다고 했다.)


이사 가는 날 성산이는 호텔링을 갔다. (너무 신나서 뛰어다니느라 초점도 안 맞은 사진을 전달받았다)

일주일 후에 타운하우스에서 전화가 왔다. 원하는 타입 계약여부를 묻는 전화였다. 그렇게 우리는 2개월 후 한여름에 이사하게 되었다. 이사를 가면서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은 뜨개공방이랑은 조금 멀어진다는 것이었다. 이사 전에 공방은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이제는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되었다. 그래도 마당을 얻었으니 괜찮았다.


이사 준비를 위해 뜨개수업을 한주 결석했다. 2주간의 숙제기간이 생겼다. 이럴 때는 긴 호흡으로 떠야 하는 블랭킷(담요)을 뜨는 것이 최고다. 그렇게 하트 블랭킷을 시작했다.


적응 못하는 사람과 달리 적응 완료한 성산이

한여름, 우리는 이사를 마쳤다. 파워 내향인인 나는 집과도 낯을 가린다. 어수선한 이삿짐들이 정리가 되고 위치가 손에 익을 때쯤에야 집이 어색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사 후 나만의 적응기간에는 혼자 있는 걸 몹시 싫어한다. 그 당시에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로 지냈기 때문에 남편은 다시 근무지로 내려갔다. 어색한 집에 혼자가 되었다.


이곳에 어색하지 않은 것은 성산이와 뜨개뿐이었다. 그래서 하트 블랭킷을 뜨면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집은 어색하고 넣어둔 짐들 위치는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을 바꾸면서도 기분이 처졌다.


그럴 때는 바늘을 잡았다. 정직하게 한코한코 떠지는 하트 무늬를 보면서 쉬어갔다. 한코라도 잘못 뜨면 하트가 찌그러지기 때문에 블랭킷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뜨기 시작했다. 나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에는 뜨개만 한 게 없었다. 그렇게 하트 블랭킷이 완성되었다.



우리 집 대표 뜨개 모델

항상 나의 꿈은 허황된 꿈들이라고 생각했다. 수학을 잘 못하는데 이과를 희망하고 건축학과에 가고 싶다고 한다거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회사를 들어간다거나 직업뜨개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거나 하는 어딘가 앞뒤가 잘 맞지 않은 꿈만 가졌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생각과 꿈들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의 꿈은 공유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이었다.


그러나 어쩔 때는 나의 비밀을 말하고 싶어서 흘리듯이 털어놓기도 했다. 말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타인에게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얻기도 했다.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처럼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가 있는 꿈이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용기 내어 말해보는 건 어떨까?


나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래서 나는 다른 꿈을 말해보고 싶다.

나는 이제 뜨개공방을 꿈꾼다. 지금은 현실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직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공방 놀러 오세요!'라는 글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으로 마구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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