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차곡차곡

by 혜안

플라자 호텔 스위트룸의 문을 열어젖히자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큰 트리를 올려다보는 케빈 앞에 트리 만큼 높이 쌓인 선물이 꿈 같이 황홀한 장면을 연출한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나홀로 집에2」 에 나오는 만큼 멋지도록 많은 선물은 아니지만 우리 집 트리 아래에도 선물이 쌓이기 시작한다. 누구에게 뭘 줄 지를 고민하면서 조금씩 모아온 선물들이다.



가족들을 위한 티셔츠나 입욕제 같은 것도 있고 친구에게 줄 영양제나 립밤 등등 어딘가에 갈 때 마다 혹은 뭔가 세일을 할 때 마다 조금씩 사두었던 것들이다. 그 중에는 심지어 신라면도 두 박스나 있는데, 미국에서 파는 신라면이 한국의 오리지널 신라면과는 달라서 미국 가족들에게 갖다 주려고 코스트코에서 세일을 할 때 미리 사놓은 것이다. 그 어떤 것도 값비싸진 않지만 다 나름대로의 생각을 거쳐 준비된 것들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모인 선물들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한 번에 모아서 포장을 하는데 그 때 비로소 꼼꼼한 내 손도 남편의 어색하게 서툰 큰 손도 정신없이 바빠지는 시기가 온다.



연말에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나 선물을 열어보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가족들과 점심을 잔뜩 먹고 디저트까지 배부르게 먹은 후에 둘러앉아 선물을 하나 둘 열어볼 때면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다. 또 받을 사람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각자가 필요할 만한 것 혹은 좋아할 만한 것들로 고른 선물에는 우리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어서 그들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저 높이까지 솟아오른다. 선물을 주고 받는 행위가 왜 이렇게까지 순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매년 그 순수함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몇 년째 어드벤트 캘린더를 사보고 싶었지만 결국 올해도 어드벤트 캘린더는 사지 않았다. 선물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고 있자면 날짜에 맞춰 어드벤트 캘린더를 하나하나 여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드벤트 캘린더 살 돈으로 누군가를 위한 작은 선물을 몇 개 더 사게 된다. 얼른 이 선물들을 모두 모아 포장하고 가족들에게 배달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겨울이란 계절을 조용해서 좋아하지만, 실은 그 속에 숨겨진 가족들과의 소란스러움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대비가 참 좋다. 밖은 춥지만 집으로 들어서면 온기가 훅 끼쳐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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