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사람, 그 사이에 흐르는 마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 적 있나요?”
건반 위에 손을 올리는 그 짧은 순간.
심장은 마치 누군가에게 고백이라도 하듯
뛰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두 번의 연주회를 지나며
나는 조금씩 ‘나만의 음악’을 갖게 되었다.
대단한 연주를 해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지금,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실력이 느는 것도 기쁘지만,
그보다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있는 하루하루.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어느 날은 조성진의 연주를 틀어두고
내가 연습하던 곡을 천천히 따라 쳐보았다.
그러다 문득, 하나의 장면이 마음속에 그려졌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조성진이 건반을 누르고,
그 옆에 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내가 치는 작은 음 하나하나가
그의 연주와 포개지듯 이어졌고,
마치 나란히 숨을 맞추며
같은 곡을 연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지만
그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물이 났다.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고,
그 후로 음악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조금 더 깊어졌다.
그리고,
내가 피아노를 더 사랑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는 매년 한 번, 연주회를 함께 준비한다.
처음엔 조금 서먹한 인사로 시작하지만
연습과 리허설을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까워진다.
피아니스트처럼 완벽한 연주는 아니다.
각자 자신의 속도에 맞는 곡을 선택하고,
지금의 실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연습한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어떤 연주보다 더 깊은 진심이 담겨 있다.
자신이 선택한 곡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음악을 얼마나 아끼고 연습했는지
건반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한 연주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듣는다.
소리와 소리 사이에 담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놀랍게도, 이곳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지만
세대의 벽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살아온 시간은 다르지만
그 어떤 거리감도 없이 음악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 안에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굳이 밝은 척하지 않아도 되고,
애써 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조용히 있어도 괜찮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어도 충분한 공간.
그게 이 모임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누군가의 연주가 끝나면
우리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좋았던 순간을 따뜻하게 전하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응원을 건넨다.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피아노를, 그리고 이 만남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