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당첨

5천 원으로 떠난 럭셔리 상상 여행

by 유혜빈



“20억이 생긴다면, 당신은 뭘 하시겠어요?”

그날, 복권 한 장이

내 머릿속을 통째로 점령했다.


마음이 축 처지던 어느 날,

편의점 앞을 지나가다 무심코 발길을 멈췄다.

“로또 한 장 주세요.”

단돈 5천 원.

하지만 그 종이 한 장은 일주일 동안 나를 설레게 한다.


오늘은 왠지 3번이 좋아 보인다.

그러면 13, 23, 33… 전부 조합해 넣는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집중력 폭발한 수학천재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밤이면, 본격적인 상상이 시작된다.

‘진짜 1등에 당첨되면 뭐부터 해야 하지?’

검색창에 손이 간다.

‘로또 1등 실수령액’, ‘수령 복장 추천’.


물론 욕심부리지 않고 착하게 살아야지.

기부도 하고, 주변도 챙기고.

너무 많으면 부담이고, 너무 적으면 아쉽고…

그런 기분 좋은 걱정들이 어느새 현실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결국 마주하게 되는 질문.

‘이 돈을 누구를 위해 쓸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가족이다.

양가 부모님, 우리 가족, 동생네 가족까지 모두 불러

한 번쯤은 꿈꿔봤던 그 여행…

하와이 풀빌라에서의 럭셔리 휴가.


비행기 티켓은 고민 없이 비즈니스석.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외친다.

“오늘 쇼핑은 내가 쏜다!”


면세점에 들어서자

가족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 매장 저 매장 신나게 누비며

신기한 듯 물건들을 고르고, 서로 자랑하듯 보여준다.


어느새 모두의 손에 각양각색의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함께 웃고, 골라주고, 사진도 찍고—

그 웃음만으로도 여행의 절반은 이미 시작된 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건 잡지 속 풍경 그 자체.

바다 바로 앞, 대형 풀빌라.

햇살은 야자수 사이로 부서지고,

하얀 대리석 바닥을 맨발로 딛는 순간,

청량한 바람이 “여기가 천국”이라 속삭인다.


유리창 너머, 수영장과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마저 흐려진다.

모두가 동시에 말없이 숨을 멈춘다.

“와아—”


해가 바다 너머로 천천히 물들어갈 무렵,

우리는 가족 전용 프라이빗 요트에 오른다.


잔잔한 물살을 따라 요트는 부드럽게 나아가고,

바닷바람 사이로 은은한 재즈 선율이 흐른다.

순식간에 그곳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바뀐다.


가족들은 샴페인 잔을 기울이며 웃고,

데크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잔을 맞댄다.


“이런 하루가 있다는 게, 참 좋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

힘들 때 먼저 안부를 물어줬던 친구,

작은 말 한마디로 마음을 다독여준 사람들.

그들에게 살짝 건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 너 덕분에 많이 위로받았어.’

그 말 없이도 전해지는 선물 하나 나누고 싶다.


그렇게 상상을 하다 보면

20억은 금세 사라진다.

기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선물도 하고…

정작 내 몫은 크지 않지만 마음은 점점 더 넉넉해진다.


그리고 드디어 로또 추첨일.

손이 떨리면서도 기대 가득한 눈으로 번호를 확인한다.

하나, 둘, 셋…

역시나 꽝!


그런데 이상하게 실망스럽지 않다.

그 일주일 동안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렸고,

내 마음속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시 확인했다.


결국 내가 바라던 건 돈이 아니라,

그 상상 속에서 함께 웃고 있던

사람들과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로또는 꽝이었지만,

내 마음은, 분명히 당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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