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현관에 던져놓고는,
그대로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주아네 대문 앞에서 목청껏 소리친다.
다행히 집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 밥 먹고 있었어! 금방 나갈게!”
잠깐의 기다림.
그사이 오늘 무슨 놀이를 할지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땐 핸드폰도 없었지만
친구는 집에 있거나, 놀이터에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주아가 서둘러 나오면,
우리는 별다른 말 없이 놀이터 쪽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길은 익숙했다. 문방구 앞을 지나,
작은 골목을 돌면 놀이터가 보인다.
그네 위에서 다리를 휘저으며 날고 있는 아이들,
정글짐 꼭대기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누구 나왔을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그 속에 있었다.
누가 먼저였는지,
어떤 놀이부터 시작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간, 그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이 오늘의 친구였다.
장난감이 없어도
놀이터에 나가면 놀거리는 무궁무진했다.
누군가 모래바닥에 나뭇가지로 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곧 땅따먹기가 시작됐다.
선은 삐뚫고, 칸도 둘쑥날쑥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부터 할게.”
“아니야, 가위바위보 해야지!”
작은 돌멩이를 던지고,
발끝으로 칸을 넘으며 집중하는 동안
주변 아이들은 누가 선을 밟는지 눈을 떼지 않았다.
단 하나의 돌멩이, 몇 줄의 선, 그리고 우리들.
그것만 있으면 오후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들이 더 모이면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오늘은 진짜 안 잡힐 거야!”
누군가 작전을 짰고,
누군가는 무작정 도망칠 준비를 했다.
“하나, 둘, 셋!”
술래가 외치자 아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가 발을 들고,
미끄럼틀 뒤에 숨고, 그네 아래 엎드린 채
“잡아봐라~” 하고 약올리는 녀석도 있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빠지지 않았다.
눈 하나 깜빡인 걸로
“너 움직였어!”
“안 움직였거든!”
티격태격 다투다 술래가 억울한 얼굴로
“아~진짜, 다봤는데!”
투덜대며 고개를 돌린다.
정해진 규칙도, 거창한 준비물도 없었다.
그냥 모이면 놀았고, 웃었고, 흙투성이가 됐다.
싸워도 금세 잊었고, 넘어지면 다 같이 일으켜주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 팔꿈치에 묻은 모래.
해가 저물어도 아무도 먼저 집에 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저 멀리서 ‘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뻥튀기 아저씨다!”
우리는 귀를 틀어막은 채 골목 끝으로 달려갔다.
기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고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진다.
우리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쌀 봉지를 들고 다시 모였다.
“뻥이요!“
아저씨의 말에 우린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부풀어 오른
뻥튀기가 봉지 가득 쏟아졌다.
아이들의 손엔 큰 간식 봉지가 들려있었고,
얼굴엔 한가득 웃음이 번졌다.
그 시절 놀이터엔
아이들의 숨소리와 발자국, 웃음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처럼,
놀이터는 우리가 자라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