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진심을 건네면, 진심이 돌아온다.

by 유혜빈


나는 늘 막연하게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하지만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평생 모은 자산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사람,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이 ‘좋은 사람’일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런 사람이 있다.

그 순간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떠오르는 사람.


“그 사람, 참 괜찮았지.”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람.


사소한 말투 하나, 작은 행동 하나에서

사람의 깊이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거창한 선행은 못하더라도,

일상의 작은 배려로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사람.


횡단보도 앞.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길을 건너신다.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가고, 차들은 경적을 울린다.

그때 한 청년이 할머니 곁으로 다가가

말없이 속도를 맞춰 걷기 시작한다.

경적을 울리던 차들도, 빠르게 걷던 사람들도

잠시 멈칫하게 되는 순간.

눈을 마주치며 끝까지 함께 걸어준 마음 따뜻한 청년.


아들의 친구가 여행지에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며

단체 채팅방에 이것저것 사진을 보냈다.

“이거 어때?”

결국 작고 귀여운 기념품 인형을 골라

“너희 생각나서 샀어.” 라며 선물을 건네고

다음엔 함께 여행을 가자며 웃음 짓는다.

서로를 챙겨주며 우정을 나누는 아이들.


학교 앞 문방구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슬러시를 사 먹는다.

좁은 틈 사이를 지나던 한 아이가

방금 받은 슬러시를 그대로 쏟았다.

속상할 틈도 없이 아주머니는

“여기, 새 거 받아.” 하며 하나 더 건네주셨다.

“아이들이 즐거워야 장사하는 사람도 즐겁지~”

아이들의 웃음을 먼저 챙기시던 문방구 아주머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밝고 예쁜 미소로 먼저 인사하던 초등학생.

작은 인사 하나로 하루를 환하게 밝혀준 꼬마들.


식당에서,

“우리 손자가 사주는 거예요”라며

뿌듯하게 자랑하시던 할아버지에게

“너무 좋으시겠어요” 하고 웃으며

계란 후라이를 서비스로 내주신다.

기쁨을 함께 나눠준 식당 사장님.


아침부터 아들과 티격태격하고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던 날.

떡볶이 한 봉지를 가득 들고 와

“맛있는 거 먹고, 마음 풀고,

애 학교 다녀오면 다시 잘해주자.”

다정하게 위로해 주던 동네 엄마.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죄송해요” 했더니

“다 그렇게 크는 거예요~” 라며 웃어주시고,

작은 학용품과 과자 한 봉지씩

아이들 위해 챙겨주시던 이웃 아주머니.


푹푹 찌는 여름날,

길을 잃고 당황한 나와

지쳐 있는 유치원생 아이들을 보고

“얘들아, 걱정 마. 데려다줄게.”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다가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신

우리의 히어로 순경 아저씨.


나의 소소한 자랑거리를 먼저 눈치채고

“왜 말 안 했어?” 하며 누구보다 기뻐해주고,

응원해 주던 나의 친구들.


버스에서 당연히 자리를 양보했을 뿐인데

“감사합니다.”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시고

나의 가방을 기꺼이 들어주시던 할아버지.


진심을 건네면, 진심이 돌아온다.


그들은 아주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꾼 사람도 아니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은

멀리 있지 않았다.


너무 평범해서 지나쳤던 순간들.

하지만 그들을 통해 내 마음이 따뜻해졌고,

그 마음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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