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하루를 망가뜨릴 때가 있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내게 던진 말과 행동은
하루 종일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 순간, 나는 다짐했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아이가 혼자 눈을 요리조리 굴려가며
정성껏 만든 작은 눈사람 하나.
그 순간, 주차장으로 들어온 차 한 대가
눈사람 쪽으로 다가갔다.
차에서 내린 노인은 겁에 질린 아이 앞에서
눈사람을 발로 짓밟았다.
“주차장에 걸리적거리잖아.”
당당한 말투, 싸늘한 눈빛.
아이의 기쁨쯤은 아무 의미 없다는 듯
돌아서던 위층 할아버지.
아이들이 길을 가던 중,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한 남자.
그는 자신의 개를 아이들 앞으로 들이밀며 외쳤다.
“물어! 물어!”
아이들은 놀라 뒷걸음질 쳤고,
내가 다가가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장난이에요.”
겁먹은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두려움을 재미로 소비하던 무지한 어른.
“그 집 아들, 시험 백 점이라며? 잘했다.”
같은 반 엄마의 말에,
“요즘 초등학교 백 점이 뭐가 대수야.
그걸로 대학 가? 아무 소용없어.”
남의 아이 성취 앞에 굳이 초를 치는 사람.
누군가의 기쁨을 깎아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동네맘.
오랜만에 만난 친구 모임에서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글도 쓰고 있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말했다.
“와~ 진짜 한가하네. 시간 많나 보다.”
내가 매일 쌓아온 성실함이 그 말 한마디에
쓸모없는 짓이 되어버렸다.
남의 노력의 무게를 쉽게 판단하며
본인이 가장 바쁘다는 친구.
오랜만에 만난 모임 자리.
다들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자리였지만,
그 사람은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 얘기만 쏟아냈다.
질문도, 반응도, 공감도 없이
마치 세상살이를 자기만 다 해본 듯한 태도.
다정함 없는 자기중심의 지인.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어느 날.
앞차가 급히 멈춰 선 순간,
오토바이 한 대가
택시 옆으로 다가와 문을 쾅쾅 두드렸다.
헬멧을 쓴 젊은 배달 라이더는
연세 지긋한 기사님을 향해 막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도로 위에서 분노를 휘두르며,
힘없는 이에게 목소리를 높이던 어느 배달 라이더..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지하철을 탔다.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고, 우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때, 한 아저씨가 비집고 들어오더니 말했다.
“여기 자리 있다.”
그리고는 우리를 향해,
“너네 일어나.”
고맙다는 말도 없이
아이들을 밀어내고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했던
지하철의 어떤 어른.
그런 사람들은
소리치지도 않았고,
욕을 하지도 않았고,
폭력을 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들 앞에서 마음이 찌그러졌다.
억울했고, 화가 났고,
하루 종일 그 말과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
유치원생이던 아들이 말했다.
“엄마, 그 사람들… 나쁜 사람 아니야.
불쌍한 사람이야.”
스크루지 영화를 같이 봤던 날을 기억하며
아이는 말했다.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들은
사랑을 줄 줄도 몰라.
꿈속에서 지난날을 보면
그때서야 후회하게 될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아이에게는 배려와 용서를 가르치면서
정작 나는 분노로 마음을 가득 채운 어른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람이 되자고.
언젠가, 꿈속에서라도
내가 나를 마주하게 된다면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부끄럽지 않게 고개를 들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이의 기억 속에도
닮고 싶은 어른으로
오래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