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말을 걸 용기를 모으는 중이에요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은 이 마음

by 유혜빈


“회원님~ 이번 주 필라테스 언제 오세요?”

“금요일이요? 그럼 수업 끝나고 기다릴게요!”

“그날 꼭 만나요~!”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한 통의 안내 전화였을 뿐인데.

그 마지막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기다린다고? 나를?


머릿속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수업이 끝난다

— 트레이너가 환하게 다가온다

— “이번에도 등록하실 거죠?”

— 나는 어색하게 웃는다

— 아무 말 못 하고 연장등록 사인하고 나온다

— 돌아와서 후회한다


이건 그저 상상일 뿐인데,

그 상상만으로도 에너지가 -40%.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회원이었다.

늘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

운동만 하고, 누구와도 눈 마주치지도 않은 채 돌아왔다.

그렇게 1년을 열심히 다녔고

뿌듯한 마무리와 함께 딱 일주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화 한 통으로

결국 나는, 그 마지막 일주일조차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나는 낯가림이 심하다.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관심 앞에서 먼저 지쳐버리는 사람.


그렇다고,

사람 만나는 자리를 모두 피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게 부모 마음 아니던가.


올해도 어김없이 학부모 총회에 참석했다.

교실 문을 열자 이미 자리는 거의 다 차 있었다.

나는 교실을 천천히 둘러보다

가장 구석진, 창가 쪽 빈자리에 앉았다.


괜히 책상 모서리를 톡톡 건드리며

사람들을 살핀다. 아는 얼굴은 없었다.

모두가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가서 인사를 할까?

괜히 어색해지면 어쩌지?

지금 타이밍이면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 있을까?


머릿속은 이미 복잡하게 움직이는데,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냥 앉아 있으려던 찰나,

옆자리에 누군가 다가왔다.


“ @@ 엄마세요? 처음 뵈어요.”

나도 모르게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한다.

혼자라 어색했는데 다가와줘서 고마웠다.

하지만 동시에 낯설었다.


대화는 생각보다 금방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는 최대한 밝게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그날 집에 돌아오자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있었다.

그날 나눈 이야기보다

내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 말… 너무 어색했나?

표정이 딱딱했나?

혹시 내가 불편하게 하진 않았을까?


낯을 가린다는 건

사람을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와 마음을 연결하기까지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지나야 하는 사람.

말을 꺼내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사람,

그뿐이다.


모두가 무심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나는 준비와 계산, 눈치와 고민을 얹는다.


그래서 나는

늘 조금 늦고,

조금 조용하고,

조금 신중하다.


그렇다고 내가 늘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 내 어색한 미소를 천천히 받아주고,

내 말 없는 시간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땐

내가 먼저 말을 건넨다.

먼저 웃고, 먼저 다가간다.


그러니까,

혹시 언젠가 내가 먼저

“잘 지냈어요?”라고 말을 건넨다면

그건,

내가 당신을 마음에 들였다는

가장 다정한 인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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