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 흔적을 더듬어 가며

by 서장석

죽산서 국도를 따라 광혜원으로 가다 보면 도로변 우측에 칠현산 칠장사란 커다란 돌기둥 안내석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서 언덕을 오르고 내리막을 가다 한마음 중, 고등학교를 왼쪽으로 지나면 극락마을이 나온다. 계속 1km 정도 직진하면 칠장사 초입을 알리는 부도 탑 14기의 모습이 보인다. 각각의 돌탑들은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풍성한 한복 치마 곡선 같은 아름다운 종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허리의 유연한 곡선이 기막히게 잘 빠졌다.

다시 길을 따라가면 높이 9.75m, 15마디의 원통형 철통이 연결되어 있으며 아랫부분은 화강암으로 2.9m의 지주로 만들어진 철제 당간 지주가 보인다.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유형의 유물이다. 그 곁에는 사적비가 조성되어 있다. 이것과 마주친 순간 칠장사 경내 입구에 다다른 것이다.


일주문을 지나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왕문을 지난다. 천왕문에는 소조 사천왕상이 눈을 부라리고 있다. 왼편에는 서방 창 광목천왕과 남방 용 증장천왕이, 오른편에는 동방 칼 지국천왕과 북방 비파 다문천왕이 불법을 수호하며 출입자들을 내려보고 있다.

돌계단을 올라서면 사찰의 주 건물인 대웅전이 보인다. 합장하고 안에 들어가 삼배를 올렸다. 바닥은 나무 판재로 만들었고 오래되어, 비틀어진 곳에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안에는 1685년에 제작된 목조 삼존불 좌상이 계시고 가운데엔 본존불인 석가여래가 좌측엔 미륵보살이, 우측엔 제화갈라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여래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부처님 얼굴이 앞으로 나와 구부정한 모습으로 조성되어 있다. 오랜 세월 부처님이 거북목으로 고생 좀 하셨을 것 같다. 법당 안 오른쪽에는 조선 정조대왕 6년( 1782년 )에 조성된 동종이 있고 지금도 예불 때마다 중생 제도를 위해 타종하며 그 종소리가 널리 퍼져 나간다고 한다.

대웅전 왼편엔 10m 정도 떨어져 원통전이 자리하고 있으며 안에는 관세음보살이 주재하고 계신다. 감춘 듯 드러나는 입가의 미소와 얼굴 가득 온화한 웃음과 함께 화려한 보관을 쓰고 계신다. 신앙의 대상이라고······. 저절로 무릎 꿇고 엎드려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 오늘도 중생 구제를 위하여 천수 천안의 모습으로 사바세계 곳곳을 두루 살피고 계신다. 개인적으로 불상 예술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자 경배의 대상이다.

원통전 아래의 명부전에서는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을 비롯한 21구의 대왕들이 중생들의 업보와 기근에 따라 죄의 경중을 논하고 합당한 판결하는 곳이란다. 중생들이 개과천선한 후엔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이곳에 있는 지장보살은 사찰 내 유일하게 머리카락이 없는, 스님들 머리 모양을 한 부처의 모습을 하고 계신다. 명부전에 들어가 자진 참회하고 합장 배례를 하였다.

칠장사의 대웅전과 원통전에는 오래된 고찰임을 나타내는 색 바랜 단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난 화려하게 채색된 단청보다 오래되어 칠이 벗겨지고 색 바랜 목조 건물의 고졸한 모습에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곁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나무 냄새와, 온갖 풍상을 견디고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묵묵함이 느껴져 감사하다. 정겨운 냄새에 취한다.

대웅전 왼쪽 산자락에는 청정수가 샘솟는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를 가기 위해서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길이 2.5m 폭 1.5m 두께 50cm 정도의 자연산 너럭바위로 돌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옮겨 설치하느라 힘이 많이 들었겠다. 샘물 옆에 다다르자 청정한 기운이 넘쳐난다. 약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언제 마셔도 좋은 시원한 물맛이 목울대를 지나간다. 산의 기운이 담겨 신선함을 주는 샘물이다.

그리고 대웅전 위쪽에 있는 전각들을 살펴보았다.

가는 길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작약과 인사하고, 함께 모여서 소담스럽게 얼굴을 내민 데이지 꽃과 눈 맞춤 했다. 수많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자신의 멋을 피워내고 있다. 꽃들 옆에는 보물 488호로 지정된 혜소국사 비가 보인다. 국사 비는 총 3개의 돌로 구성되어 있는데, 거북이 형상을 띄고 있는 기단부와 흑 대리석으로 만든 비신 그리고 비신 머리에 얹는 용머리 상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려 문종 14년 (1060년)에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나와 같은 문외한이 봐도 기단과 상석 조각이 품위 있어 보인다. 아름답게 조각되었다. 글씨는 얼마나 반듯하고 유려하게 새겨져 있는지 기품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 곁에 나한전이 있다.

이 나한전에는 어사 박문수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1723년 수험생 박문수는 두 번의 낙방 끝에 장원 급제한다. 내용은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 한양 가는 길에 이곳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 시험에 나올 시제를 알려주어 진사과에 급제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고 안내문에 적혀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각종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찾아와 합격 기도를 드리는 명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나한전에 한 사람 들어가면 꽉 차는 건물이었고 왼쪽으로 허리가 굽은 노송이 지붕을 덮어 싸고 있어 경관이 자못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개축하여 옛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쉽고 아쉬운 대목이다.


눈을 돌려 위쪽의 삼성각에 들렸다.

우리의 전통 신앙과 외부에서 들어온 불교가 만나 절충을 이루어 온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산신과 칠성님과 독성을 모신 공간이다. 삼성각 앞으로는 불두화가 한창이다. 꽃의 머리가 무거워 바닥으로 향한다. 장관이다. 옆에 심어진 반송과, 낙차를 두어 작은 폭포를 만들어 놓은 물그릇이 조화롭다.

칠장사 경내 전각들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제 그림자로 그늘을 만들어 참배객들에게 쉼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밑에 긴 의자를 만들어 놓아 다리 쉼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산속 고찰의 한적한 풍경이다. 조상님들은 산천 요소요소에 사찰을 짓고 나라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목숨이 평화롭고 안전한 삶이 영속되도록 기도하였다. 아름드리 소나무에서 나오는 솔향과 눈을 맑게 정화하는 초록의 산천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절 마당에서 올려다본 파란 하늘이 맑다. 산중에 있어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샘물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이 호사스러움이 영원하기를 기도한다. 오늘 하루가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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