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동이족의 분화
동쪽으로 향한 지 열흘째 되는 날 아침, 우리는 첫 번째 죽음을 마주했다.
할머니 큰바위였다. 쉰을 넘긴 그녀는 젊은 사람들을 따라오기에는 너무 무리였다. 밤새 거친 기침소리를 내더니, 새벽 안개가 걷힐 무렵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할머니! 할머니!" 그녀의 며느리 깊은물이 시신을 흔들며 울부짖었다. 목이 쉰 울음소리가 텅 빈 들판에 메아리쳤다. 아직 어린 손자 작은돌이 할머니의 차가워진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무로가 무릎을 꿇고 큰바위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떨렸다. "할머니, 편히 가세요. 우리가 살아남으면 반드시 제사를 지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시신을... 어떻게 하죠?" 젊은 사냥꾼 새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무로가 주먹을 꽉 쥐었다. "묻어드려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메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추격자들이 올지도 모르고, 여기서 오래 머무르면..."
무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상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는 것은 동이족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안전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기억도, 이야기도,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증거도 모두 잃어버릴 것이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언덕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평평한 돌 하나를 찾았다. 주먹만 한 크기의, 표면이 매끄러운 회색 돌이었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뼛조각을 꺼냈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예리한 송곳이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것으로, 가죽에 구멍을 뚫거나 나무에 무늬를 새길 때 쓰던 도구였다.
똑. 똑. 똑.
뼛조각이 돌 표면을 파는 소리가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득 채웠다. 나는 큰바위 할머니의 모습을 새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선이었다. 구부정한 허리, 주름진 얼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 하지만 점점 더 정교해졌다. 그녀가 늘 입던 누더기 치마, 손자를 바라볼 때의 따뜻한 눈빛, 기침을 할 때 가슴에 손을 얹던 모습까지.
톡. 톡. 톡.
돌가루가 날리며 하얀 가루를 만들었다. 그 가루는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지만, 돌 위에는 영원히 남을 흔적이 새겨지고 있었다.
"무진아, 뭘 하고 있느냐?"
뒤에서 무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그뿐만 아니라 메이, 새돌, 깊은 물까지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큰바위 할머니가 우리와 함께 했다는 것을, 그분이 어떤 분이었는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돌에다가?" 메이가 신기한 듯 물었다.
"네. 이렇게 하면 오래 남을 것입니다. 비바람이 와도, 세월이 흘러도."
그때 깊은물이 다가와 내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 그게 정말 우리 어머니인가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머니께서 늘 손자 작은돌을 업고 계시던 모습입니다."
깊은물이 돌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신기해요... 정말 어머니가 살아계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다가왔다. 모두들 경이로운 표정으로 내가 새긴 그림을 바라봤다.
"이런 게 가능한 줄 몰랐어." 새돌이 감탄했다. "무진, 너는 어떻게 이런 재주가 있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냥... 그냥 마음속에 있는 모습을 손이 따라 그리는 것 같아요."
무로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진아, 이것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다. 이것은... 이것은 신이 준 선물이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가 가는 길에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좋은 일도, 슬픈 일도. 그런 것들을 모두 기록해 줄 수 있겠느냐?"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든 순간을 기록하겠습니다."
그날 오후, 우리는 큰바위 할머니를 작은 언덕에 묻어드렸다.
무덤을 파는 동안 나는 다른 돌을 찾아 또 다른 그림을 새겼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평생 살았던 고향 마을의 모습이었다. 황하가 흐르는 모습, 나무와 흙으로 만든 움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이것도 함께 묻어드리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할머니께서 하늘나라에서도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으시도록."
깊은물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픔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섞인 눈물이었다. 위안과 감사의 눈물이었다.
무로가 무덤 앞에서 절을 올리며 말했다. "할머니, 무진이가 할머니의 모습을 돌에 새겨 영원히 기억하게 해 드렸습니다. 이제 편안히 잠드세요."
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마치 할머니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모닥불 앞에서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무진아, 다른 것들도 그릴 수 있느냐?" 젊은 엄마 가을나무가 물었다. "우리 아이 좋은돌이 처음 걸음마를 한 날을 기록해 줄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럼 우리가 고향을 떠나던 날은?" 총각 높은산이 물었다. "메이와 무로가 서로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그 날밤은?"
"다 가능합니다."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이제 무언가를 깨닫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기억에만 의존했지만, 이제는 그 기억을 영원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메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그럼 우리가 새로운 땅에 도착했을 때, 후손들에게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고생을 했는지를 알려줄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나는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모든 것을 기록하겠습니다. 우리의 여행을, 우리의 사랑을, 우리의 희망을, 우리의 슬픔을."
무로가 모닥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죽지 않는 것이구나. 몸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영원히 남을 것이다."
모닥불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그 불빛이 우리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우리 눈동자에는 새로운 희망이 담겨 있었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탁. 탁. 탁.
누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긴장했다. 새돌이 돌창을 집어 들었고, 무로가 활시위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곧 그 정체가 드러났다.
한 명의 노인이었다. 긴 수염을 기른, 신비로운 분위기의 노인이었다. 그의 옷은 우리와는 달랐다. 더 정교하고, 더 화려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저것은..." 나는 숨을 멈췄다.
노인의 손에도 돌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돌 위에는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다. 나처럼 그림을 새긴 것이었다.
노인이 우리 모닥불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이 불빛에 드러났을 때, 나는 그의 눈에서 깊은 지혜를 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친숙한 것을.
"젊은이." 노인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너도 돌에 그림을 새기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도 그러시는 건가요?"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나는 이미 오십 년째 이런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자신이 들고 있던 돌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 위에는 놀라운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그린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사람의 얼굴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고, 동물들이 금방이라도 돌에서 뛰어나올 것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할 수 있습니까?" 나는 경외감에 차서 물었다.
"오랜 경험이다." 노인이 대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새기고자 하는 것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그가 나의 그림들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솜씨도 매우 뛰어나다. 특히 이 할머니의 모습은... 정말 살아있는 것 같구나."
"할아버지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무로가 정중하게 물었다.
"서쪽에서 왔다." 노인이 대답했다. "나는 평생 이런 그림들을 새기며 살아왔다. 중요한 일들, 기억해야 할 사람들, 후손에게 전해야 할 이야기들을."
"그럼 할아버지도 우리처럼..." 메이가 물었다.
"그렇다. 나도 고향을 떠나 방랑하는 몸이다. 다만 목적이 조금 다를 뿐이지."
"어떤 목적인가요?"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이런 그림을 새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더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그가 나를 바라봤다. "젊은이, 너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하지만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 내가 가르쳐줄 수 있다."
내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그러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어떤 조건입니까?"
노인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너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너는 기록하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새겨야 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다." 노인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럼 내일부터 가르쳐주겠다. 더 정교하게 새기는 법, 더 오래 보존하는 법, 그리고..."
그가 잠시 멈췄다가 신비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소리를 그림으로 바꾸는 법을."
"소리를 그림으로?" 나는 놀랐다.
"그렇다. 사람이 내는 소리, 말하는 소리를 그림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하면 말도 영원히 보존할 수 있다."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꿈꿔왔던 바로 그것이었다. 단순히 모습만이 아니라 말까지, 소리까지 기록할 수 있다면...
"그것을 정말 배울 수 있을까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배우고 싶습니다."
"좋다. 그럼 내일부터 시작하자."
그날 밤, 나는 흥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내 앞에 펼쳐질 놀라운 미래를 상상했다.
소리를 담는 자.
그것이 내가 될 존재였다. 그리고 그것은 동이족 전체의 운명을 바꿀 놀라운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