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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담는 자(소설)

1장 동이족의 분화

by 한시을

2화: 두 갈래 길의 선택


마지막 밤의 절망


새벽 안개가 황하를 감쌀 때, 또다시 천둥 같은 물소리가 대지를 흔들었다.


쿵! 쿵! 거대한 바위들이 물살에 휩쓸려 굴러가는 소리가 뼈 속까지 울려왔다. 공기 중에는 썩은 물의 비린내와 진흙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흘 전 대홍수 이후 잠깐 잠잠했던 황하가 다시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맨발로 차가운 진흙을 밟고 무로의 천막으로 달려갔다.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축축한 흙의 감촉이 불길했다. 천막 안에서는 메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또... 또 시작됐어요." 메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무로의 품에 파묻혀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천막 벽의 그림자로 비쳤다.


무로가 급히 천막 밖으로 나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턱수염에는 밤새 흘린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무진아, 상황이 어떠냐?" 그의 숨결이 하얗게 김을 내뿜었다.


"서쪽 둑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나는 헐떡이며 대답했다. "물이 곡식 창고까지 덮쳤어요. 쌀 포대들이 물에 떠다니고..."


쿠르르르... 멀리서 또 다른 무너짐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동시에 그쪽을 바라봤다. 언덕 너머로 황갈색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무로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핏방울이 맺혔다. "망했다... 완전히 망했어."


절박한 현실 앞에서


해가 뜨자 동이족 전체가 큰 천막에 모였다.


사람들의 옷은 밤새 습기로 축축해져 있었고, 아이들은 어머니 품에서 칭얼거렸다. 천막 안 공기는 무겁고 끈적했다. 절망의 냄새였다.


타코 족장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늙은 나무처럼 주름진 얼굴에는 밤새 늙어버린 듯한 피로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


"식량이... 식량이 부족합니다." 창고지기 돌쇠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의 옷자락은 진흙투성이였고, 머리카락에는 썩은 짚이 엉켜 있었다. "지난 홍수로 곡식의 삼분의 이가 물에 잠겼습니다. 현재 남은 것으로는... 한 달이 고작입니다."


"어?!" "그럼 우리는?" "아이들은 어떡해?"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과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젖먹이를 안은 여인이 울부짖기 시작했고, 그 소리가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가축은 어떻습니까?" 무로가 목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돌쇠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소 스무 마리, 말 열다섯 마리, 양 오십 마리가... 모두 물에 떠내려갔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한 아이가 어머니 치마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다. "엄마, 배고파..." 그 앙칼진 목소리가 모든 어른들의 가슴을 찔렀다.


바람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어져 있었다. "그럼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상 대대로 지켜온 이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한단 말입니까!"


"떠날 곳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실마가 쓰게 웃었다. 그의 입가에는 어제 먹다 남은 보리죽이 마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모르잖아."


그때 한울 대족장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허리는 구부정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예리했다. 흰 수염 사이로 나온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모든 사람에게 닿았다.


"내가 지난밤 조상신들께 제를 올렸다."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아이들조차 울음을 그쳤다.


"흰 수탉을 잡아 제단에 올리고, 곡주 한 동이를 땅에 부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이 재앙에서 벗어날 방법을 달라고."


한울의 손이 떨렸다. 제를 올리느라 밤새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이다.


"조상신들께서... 조상신들께서 말씀하셨다." 그의 목소리가 메였다. "동이족은 이제 갈라져야 한다고. 한 곳에 모여 있으면 모두 멸망한다고. 여러 갈래로 흩어져 씨를 보존해야 한다고."


운명의 선택


무로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확고했지만,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저는 동쪽을 택하겠습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술렁였다. 젊은 족장들 중에서도 가장 유능한 무로가 떠난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동쪽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할머니 하나가 주름진 손으로 무로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물었다.


"희망이 있습니다." 무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가 품에서 작은 옥구슬을 꺼냈다. "우리 상인 대포가 동쪽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곳에는 황하 같은 미친 강이 없는 온화한 땅이 있다고 했습니다."


옥구슬이 아침 햇살을 받아 푸르게 빛났다. 사람들의 눈이 그것에 쏠렸다.


"정말입니까?" 젊은 엄마가 간절히 물었다.


"정말입니다. 물론 험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로가 황하 쪽을 바라봤다. 여전히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 "여기 남아 있으면 모두 죽습니다."


그때 메이가 갑자기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퉁퉁 부어 있었지만, 목소리는 단호했다.


"저... 저는 무로 오빠를 따라가겠어요!"


"뭐?!" 타코가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순간 핏빛으로 변했다. "메이는 내 막내딸이다! 늙은 아비를 두고 어디로 간다는 거냐!"


"아버지..." 메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땅바닥이 그녀의 무릎을 적셨다. "하지만 무로 오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타코의 주먹이 떨렸다. "그럼 무로가 여기 남으면 되지 않느냐!"


무로가 타코 앞에 깍듯이 절했다. "족장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앞서 길을 열어야 합니다."


"그럼 내 딸은 어쩌라고!" 타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천막 안 공기가 무거워졌다.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이 부녀의 대화를 지켜봤다.


가슴 아픈 결정


그때 루나가 조용히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성숙한 결단이 서려 있었다.


"저는... 저는 아버지와 함께 남겠어요."


메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루나는 그동안 무로를 짝사랑해 왔다. 온 마을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그녀가 포기한다는 것은...


"루나야..." 무로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괜찮아요." 루나가 쓸쓸하게 웃었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저는 이미 마음을 정했어요. 오빠가 행복하시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그녀가 메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메이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메이언니, 오빠를 잘 부탁드려요."


메이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루나야... 미안해..."


"미안할 것 없어요." 루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확고했다. "진정한 사랑은 때로 내려놓는 것이에요. 상대방의 행복을 바라는 거죠."


타코가 주저앉았다. 그의 무릎이 축축한 땅바닥을 쳤다. "그럼... 그럼 내 딸은 정말로..."


메이가 아버지 앞에 엎드렸다. 그녀의 이마가 차가운 흙을 찍었다. "아버지, 딸이 불효를 저지르는 거 압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갈 수는 없어요."


"메이야..." 타코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신에 약속드릴게요." 메이가 얼굴을 들었다. 그녀의 뺨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동쪽 땅에 잘 정착하면 꼭 다시 돌아올게요. 아버지를 모시러."


"정말... 정말 돌아올 거냐?" 타코의 손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오랜 농사일로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네, 반드시요."


긴 침묵이 흘렀다. 멀리서 들리는 황하의 포효소리만이 천막 안을 채웠다. 마침내 타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가거라. 하지만 약속을 잊으면 안 된다."


메이가 아버지를 끌어안고 울었다. 부녀의 눈물이 서로의 어깨를 적셨다.


서남쪽으로의 꿈


그때 실마가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신비로운 빛이 서려 있었다.


"저는 서남쪽을 택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실마는 평소에도 신비로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때로 허공을 바라보며 뭔가를 중얼거리곤 했다.


"서남쪽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누군가 물었다.


실마가 품에서 작은 돌 조각을 꺼냈다. 그것은 일반적인 돌과는 달랐다. 희끄무레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높은 산들이 있습니다.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봉우리들이."


그가 그 돌을 쓰다듬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에서 봤습니다. 하얀 산들, 그리고 그 산에서 울려 퍼지는 신비한 소리들을. 거기서는 홍수가 닿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곳이 정말 있을까요?" 젊은 여인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있습니다." 실마의 대답은 확신에 차 있었다. "제가 직접 확인하러 갈 것입니다."


작별의 아침


사흘 후, 정말로 작별의 시간이 왔다.


새벽 공기는 차갑고 습했다. 안개가 강 위에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떠날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로의 무리는 쉰 명 정도였다. 대부분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등에 작은 보따리만 메고 있었다. 긴 여행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실마의 무리는 서른 명 정도였다. 그들은 무로의 무리보다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다. 산으로 가는 길은 더 춥고 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백여 명은 타코와 함께 이곳에 남기로 했다. 그들은 조상들의 무덤을 지키고, 혹시라도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 때를 기다릴 것이었다.


한울 대족장이 모든 사람을 불러 모았다. 그의 손에는 밤새 깎은 세 개의 나무 표식이 들려 있었다.


"오늘, 우리 동이족은 하나에서 셋이 된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다. 그때까지 각자의 길에서 살아남아라."


그가 용 표식을 무로에게 주었다. "동쪽에서 강하게 살아남아라."


봉황 표식을 실마에게 주었다. "서남쪽에서 지혜롭게 살아남아라."


거북 표식을 타코에게 주었다. "이곳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라."


해가 완전히 떠올랐을 때, 떠나는 무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무로의 무리와 함께 걸었다. 발밑의 진흙이 차갑게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뒤돌아보니 타코와 루나가 언덕 위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가 하얀 천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사라졌다.


메이가 계속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볼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찬 바람이 그 눈물을 말렸다가 다시 새로운 눈물이 흘렀다.


"괜찮을 거야." 무로가 그녀의 어깨에 따뜻한 손을 얹었다. "우리가 살아남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어."


"정말요?" 메이의 목소리는 바람에 흔들렸다.


"정말이야. 약속해."


하지만 그 약속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 당시 우리는 몰랐다.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여정을,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놀라운 운명을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단지, 한 걸음 한 걸음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다. 발밑의 차가운 진흙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하지만 나는 몰랐다. 열흘 후, 우리가 첫 번째 죽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죽음이 나를 진정한 기록자로 만들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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