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동이족의 분화
실마의 무리와 헤어진 지 열흘이 지났을 때, 우리는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식량이 떨어진 것이다.
"무로님!" 새돌이 헐떡이며 달려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곡식 자루를 확인했는데... 바닥이 보입니다."
무로가 급히 자루들이 쌓인 곳으로 갔다. 나도 뒤따랐다. 손으로 자루를 흔들어보니 텅텅 빈 소리가 났다. 마지막 자루를 열자 보리 한 줌만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이것으로는..." 메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으로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어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모두의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사냥을 해야 합니다." 높은산이 말했다. "이 근처에 사슴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화살이..." 새돌이 화살통을 흔들었다.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세 개밖에 안 남았습니다."
무로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하얀 자국이 생겼다.
"좋다." 그가 결단을 내렸다. "사냥조를 꾸리자. 새돌, 높은산, 그리고 나. 셋이서 가겠다."
"저도 가겠습니다!" 내가 나섰다.
"무진아, 너는..." 무로가 망설였다.
"저도 활을 쏠 줄 압니다. 그리고..." 나는 품에서 뼛조각을 꺼냈다. "이것으로 덫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무로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넷이서 가자."
우리는 동틀 무렵 출발했다.
차가운 이슬이 풀잎에 맺혀 있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젖은 흙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숲은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우리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렸다.
쿵. 쿵. 쿵.
높은산이 앞장서서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낙엽을 밟으며 작은 소음을 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저기." 새돌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나무 밑에 작은 발자국들이 찍혀 있었다. 사슴의 발자국이었다.
무로가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우리는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때였다.
바스락.
멀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났다. 우리는 일제히 멈췄다.
나뭇가지 사이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갈색 털, 긴 다리, 우아한 목선. 사슴이었다. 아름다운 암사슴이 풀을 뜯고 있었다.
무로가 화살을 겨냥했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슴까지의 거리는 약 삼십 걸음. 쉽지 않은 거리였다.
쉭.
화살이 날아갔다.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숲을 찢었다.
툭.
하지만 화살은 사슴을 비켜갔다. 나무 기둥에 박혔다. 사슴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안 돼!" 새돌이 외쳤다.
사슴이 뛰기 시작했다. 날렵한 다리가 땅을 박차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젠장!" 무로가 땅을 쳤다. "놓쳤다!"
우리는 온종일 숲을 헤맸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도,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을 때도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가끔 토끼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그것들은 너무 빨라서 잡을 수 없었다.
"이제... 이제 어떻게 하죠?" 새돌이 나무에 기대앉으며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땀과 흙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무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멀리 하늘만 바라봤다. 석양빛이 그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무로님." 높은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모르겠다." 무로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정말... 모르겠어."
그때 내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기 봐요!" 나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나무 밑에!"
모두가 내가 가리킨 곳을 봤다. 큰 나무 밑에 버섯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하얀색과 갈색이 뒤섞인, 주먹만 한 버섯들이었다.
"버섯!" 새돌이 달려갔다. "먹을 수 있는 버섯이야!"
우리는 급히 버섯들을 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점점 많이 쌓였다. 생각보다 많았다. 적어도 오늘 저녁은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무로가 말했다. "내일은 또 어떻게 하지?"
"일단 오늘은 넘깁시다." 높은산이 말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요."
우리는 버섯을 보따리에 담아 돌아왔다.
야영지로 돌아왔을 때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달려왔다. "뭘 잡았어요?" "고기는?" 기대에 찬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고기는... 못 잡았다." 무로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것을..."
그가 보따리를 열자 버섯들이 쏟아졌다.
"버섯이네." 메이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먹을 수 있는 종류예요.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신 것이에요."
"이걸로 죽을 끓이면 되겠어." 가을나무가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실망이 역력했다. 버섯만으로는 부족했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에게는.
그때 한 사람이 야영지로 뛰어들어왔다.
"물이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물! 큰 물!"
"뭐?" 무로가 그를 붙잡았다. "무슨 소리야?"
"저쪽에... 저쪽에 큰 물이 있어요!"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그게 그냥 물이 아니라..."
"말해봐, 어서!"
"짜요! 짠 물이에요!"
순간 모든 사람이 조용해졌다.
짠 물.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바다..." 무로가 중얼거렸다. "바다다!"
우리는 모두 그곳으로 달려갔다.
언덕을 넘고, 풀밭을 지나고, 작은 숲을 통과했다. 그리고 마침 막 언덕을 올랐을 때.
"아..."
모든 사람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이 넓은 물이었다.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푸른 물결.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며 하얀 거품을 만들었다. 철썩, 철썩, 물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바다다..." 메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정말로 바다예요..."
무로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발이 모래를 밟았다. 보드랍고 따뜻한 모래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물이 그의 발을 적셨다. 차갑고 짠 물이었다. 그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뱉었다.
"짜다." 그가 웃었다. "정말로 짜!"
사람들이 환호했다. 아이들이 모래밭을 향해 뛰어갔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깔깔 웃었다. 여인들도 치마를 걷고 물가로 나섰다.
"우리가 해냈어!" 새돌이 높은산을 껴안으며 외쳤다. "정말로 동쪽 바다까지 왔어!"
나는 조용히 언덕 위에 앉아 그 광경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모습.
그리고 품에서 돌을 꺼냈다.
똑. 똑. 똑.
뼛조각이 돌을 파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새겼다. 사람들이 바다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무로가 두 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파도와 놀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저 수평선을.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바다를.
"무진아! 이리 와!" 메이가 나를 불렀다.
나는 돌을 품에 넣고 모래밭으로 내려갔다. 메이가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조개였다. 주먹만 한 조개가 모래 위에 널려 있었다.
"이것 봐!" 그녀가 조개를 열었다. 안에는 하얀 살이 통통하게 들어 있었다. "먹을 수 있어요!"
"정말?" 새돌이 달려왔다. "먹을 수 있다고?"
"네! 바다에는 이런 게 많대요.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사람들이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조개, 소라, 게, 작은 물고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다는 선물로 가득했다.
"이거면..." 무로가 조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이거면 우리가 살 수 있어!"
그날 밤, 우리는 해변에서 큰 잔치를 벌였다.
모래 위에 불을 피우고, 조개와 물고기를 구웠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음식 냄새가 바다 바람을 타고 퍼졌다.
"맛있다!" 좋은돌이 조개를 먹으며 웃었다. "이거 정말 맛있어요!"
"더 먹어." 가을나무가 아들에게 조개를 더 주었다. "많이 먹고 튼튼해져야지."
사람들이 웃고 떠들었다. 오랜만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희망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무로가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정착하자."
"여기에요?" 메이가 물었다.
"그래." 무로가 주변을 둘러봤다. "바다가 있고, 물고기가 있고, 땅도 나쁘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집은..." 누군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만들면 돼." 무로가 웃었다. "우리에게는 손이 있잖아. 나무를 베고, 흙을 쌓고, 집을 지으면 돼."
"얼마나 걸릴까요?"
"모르지. 하지만 우리는 해낼 거야. 반드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눈에 결연한 의지가 담겼다.
그날부터 우리는 정착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무를 베어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를 엮어 벽을 만들고, 풀과 흙으로 지붕을 덮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등이 아팠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자 첫 번째 움막이 완성되었다. 작고 투박했지만 우리에게는 궁전 같았다.
"드디어..." 메이가 움막 안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어요."
무로가 그녀를 껴안았다. "그래. 우리 집이야."
나는 해변의 큰 바위를 찾았다.
그리고 그 바위에 우리의 이야기를 새기기 시작했다. 황하를 떠난 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여정을.
똑. 똑. 똑.
황하의 모습을 그렸다. 물이 범람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그리고 동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무로가 앞장서고, 사람들이 따르는 모습을.
힘든 여정을 그렸다. 큰바위 할머니가 죽은 날을. 숲에서 사냥하던 날을. 버섯을 발견한 날을.
그리고 마침내 바다를 발견한 순간을 그렸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석양이 바다를 물들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움막들을 그렸다. 새로운 마을의 시작을.
"무진아, 뭘 하고 있느냐?" 무로가 다가왔다.
"우리의 여정을 새기고 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후손들이 알 수 있도록."
무로가 바위에 새겨진 그림들을 천천히 따라갔다. "정말... 정말 살아있는 것 같구나. 마치 다시 그날로 돌아간 것 같아."
"그래야 합니다. 우리가 겪은 모든 것이 기억되어야 합니다."
"그럼 이제 여기서 새로운 그림들이 시작되겠구나."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무로가 바다를 바라봤다. "무진아, 저 바다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 언젠가는." 무로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너는 그것도 기록하겠지?"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기록하겠습니다."
해가 뜨고 있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바다 위로 황금빛 햇살이 쏟아졌다. 파도가 철썩철썩 밀려왔다가 밀려갔다.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며 울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황하를 떠나 먼 길을 걸어온 동이족이 드디어 안식처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여기서 우리의 문명이 꽃피울 것이다. 언젠가는 이 땅에서 위대한 문자가 탄생할 것이다. 소리를 담고, 생각을 담고, 역사를 담는 놀라운 문자가.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순간을 기록할 것이다.
소리를 담는 자로서. 영원한 기억자로서.
품속의 가죽 주머니가 따뜻했다. 노인이 준 소리 표시 돌들이 들어 있었다. 언젠가 이것들이 진짜 문자가 될 것이다.
그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거대한 성벽이 서 있는 도시. 청동 갑옷을 입은 병사들. 그리고 불에 달궈진 거북 등껍질 위에서 금이 갈라지는 소리. 딱! 딱!
나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손에 든 송곳은 똑같았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알았다.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천 년 후 내가 다시 깨어날 곳이라는 것을.
상나라. 갑골문이 탄생하는 바로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