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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담는 자(소설)

2장 상나라의 점복사

by 한시을

7화: 거북 등뼈 위의 신탁


왕의 고민


이튿날 새벽, 급한 발소리가 점복의 전당으로 다가왔다.


탁. 탁. 탁.


무거운 청동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가 함께 들렸다. 문이 벌컥 열리며 왕실 근위병 셋이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대점복사님!" 선두의 병사가 무릎을 꿇었다. "왕께서 급히 부르십니다!"


노인 무갑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무릎에서 뚝뚝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냐?"


"왕비께서... 왕비께서 병환이 위중하십니다."


순간 전당 안이 조용해졌다. 왕비의 병.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왕실의 혈통, 후계자, 나라의 안위가 모두 걸린 일이었다.


"알았다. 곧 가겠다." 노인이 나를 돌아봤다. "복, 너도 함께 가거라. 준비물을 챙겨라."


나는 급히 움직였다. 거북 등껍질 다섯 개, 소뼈 세 개, 청동 칼, 뼛조각 송곳, 그리고 향. 모든 것을 가죽 보따리에 넣고 등에 멨다.


왕궁의 긴장


왕궁으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더 엄숙했다.


병사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다. 창끝이 햇빛을 받아 차갑게 번쩍였다. 궁녀들은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걸어갔고, 신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대전 앞에 도착하자 향 냄새가 진하게 코를 찔렀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하늘로 올라갔다. 이미 무수한 제사를 지낸 흔적이었다.


"대점복사께서 오셨습니다!" 환관이 높은 목소리로 알렸다.


문이 열리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무정왕이 옥좌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위엄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용포의 소매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대점복사." 왕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왕비가... 왕비가 삼 일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소."


"전하, 안타깝습니다."


"의원들이 손을 쓸 수 없다 하오. 이제 신에게 물을 수밖에 없소." 왕이 일어났다. "점을 쳐주시오. 왕비가 살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노인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 하겠습니다, 전하."


준비 의식


뒤뜰로 나가자 커다란 화로가 준비되어 있었다.


숯이 가득 쌓여 있었고,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열기가 얼굴을 때렸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거북을 가져오너라." 노인이 명했다.


나는 보따리에서 가장 큰 거북 등껍질을 꺼냈다. 묵직했다. 두 손으로 받쳐 들자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노인이 등껍질을 받아 햇빛에 비춰봤다. 천천히 돌리며 표면을 살폈다. 작은 흠집 하나하나를 확인했다.


"좋다. 깨끗하구나." 그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집어서 뒷면을 보았다. 거북의 배 부분이었다. 약간 우묵하게 들어가 있었다.


"이제 구멍을 판다."


노인이 청동 칼을 꺼냈다. 날카로운 칼날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는 등껍질 뒷면에 칼끝을 대고 조심스럽게 깎기 시작했다.


쓱. 쓱. 쓱.


하얀 가루가 떨어졌다. 점점 깊어지는 구멍. 노인의 손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 수십 년 경험이 만든 완벽한 솜씨였다.


하나, 둘, 셋... 일곱 개의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팠다.


"복." 노인이 나를 불렀다. "네가 해보거라."


"제가요?"


"그렇다. 배워야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받았다. 새 등껍질을 앞에 놓고 조심스럽게 칼끝을 댔다.


쓱...


손이 미끄러졌다. 구멍이 비뚤어졌다.


"천천히."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하지 마라. 신과 대화하는 것은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다시 칼을 댔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쓱. 쓱.


좀 나아졌다. 구멍이 조금 더 정확해졌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


신에게 묻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왕이 직접 나왔다. 그의 뒤로 수십 명의 신하들이 따랐다. 모두 엄숙한 표정이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노인이 등껍질을 들어 하늘을 향했다.


"하늘이시여!"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땅이시여! 조상신들이시여!"


모든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 왕께서 묻습니다. 왕비의 병환이 나을 수 있겠습니까?"


바람이 불어왔다.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렸다.


노인이 등껍질을 화로 가까이 가져갔다. 뒷면의 구멍들이 불빛을 향했다.


지글지글...


열기가 등껍질을 때리기 시작했다. 연기가 피어올랐다. 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지글지글...


열기가 점점 강해졌다. 등껍질이 뜨거워졌다. 노인의 손이 약간 떨렸지만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딱!


금이 갔다.


등껍질 표면에 선명한 금 하나가 생겼다. 길고 곧은 금이었다. 구멍에서 시작해서 위쪽으로 뻗어나갔다.


"아..." 신하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졌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딱! 딱!


두 개의 금이 더 생겼다. 하나는 오른쪽으로, 하나는 왼쪽으로 갈라졌다.


노인이 등껍질을 불에서 떼어냈다. 조심스럽게 식혔다. 차가운 물에 담갔다.


칫...


증기가 피어올랐다.


신탁의 해석


노인이 등껍질을 들어 자세히 봤다.


세 개의 금. 각각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것들을 바라봤다.


왕이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 "어떻습니까?"


"전하..." 노인이 망설였다. "금이 복잡합니다."


"복잡하다니, 무슨 뜻이오?"


"신이 여러 가지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럼 무엇이라 말씀하시는 거요?"


노인이 가장 긴 금을 가리켰다. "이 금은 희망을 뜻합니다. 왕비께서 회복하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왕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노인이 다른 금들을 가리켰다. "이 금들은 조건을 말합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오?"


"큰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조상신들께 백 마리 소를 바치고, 천 개의 옥을 땅에 묻어야 합니다."


왕이 당황했다. "백 마리 소라니... 그건 너무..."


"전하." 노인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왕비의 생명과 나라의 안위를 생각하십시오."


왕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리 하겠소."


그때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전하, 제가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모두가 나를 돌아봤다. 노인도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가 뭘 더 묻겠다는 거냐?" 왕이 물었다.


"전하, 이 금들을 기록해야 합니다."


"기록?"


"네. 이대로 두면 금은 사라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왕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냐?"


나는 품에서 뼛조각 송곳을 꺼냈다. "이것으로 금 위에 선을 새깁니다. 그러면 영원히 남습니다."


최초의 기록


노인이 등껍질을 내게 건넸다.


"해보거라."


나는 떨리는 손으로 등껍질을 받았다. 금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송곳을 들고 가장 긴 금 위에 댔다.


똑.


작은 소리가 났다. 송곳이 등껍질을 파고들었다. 하얀 가루가 떨어졌다.


똑. 똑. 똑.


금을 따라 선을 그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금이 가리키는 방향을 정확히 따라갔다.


주변이 조용했다. 모두가 내 손을 지켜보고 있었다. 송곳이 등껍질을 파는 소리만이 공기를 채웠다.


첫 번째 금이 끝났다. 두 번째 금으로 옮겼다.


똑. 똑. 똑.


오른쪽으로 뻗은 금. 이것도 따라 새겼다.


세 번째 금.


똑. 똑. 똑.


왼쪽으로 꺾인 금. 마지막까지 정확하게 새겼다.


"다 되었습니다." 내가 등껍질을 들어 올렸다.


햇빛 아래서 새겨진 선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금은 희미해질 수 있지만, 이 선들은 영원히 남을 것이었다.


"놀랍구나." 왕이 감탄했다. "정말로 남는구나."


"전하, 여기에 더 새기고 싶습니다." 내가 말했다.


"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무엇을 물었는지를. 신이 무엇이라 답했는지를."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 그렇게 하면 후세 사람들이 알 수 있겠구나."


"네. 백 년이 지나도, 천 년이 지나도."


문자를 새기다


나는 등껍질 옆 빈 공간에 송곳을 댔다.


"스승님,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온 글자들을 쓰겠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대대로 전해받은 글자들로 기록하거라."


나는 숨을 고르고 첫 번째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똑. 똑. 똑.


日. 해를 나타내는 글자. 둥근 원 안에 선 하나. 오늘을 뜻했다.


王. 왕을 나타내는 글자.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의 사람을 잇는 세 개의 가로선.


卜. 점을 뜻하는 글자. 금이 갈라지는 모습을 본뜬 것.


똑. 똑. 똑.


后. 왕비를 나타내는 글자.


疾. 병을 나타내는 글자. 침대에 누운 사람의 모습에서 나온 것.


送곳이 등껍질을 파며 하나하나 글자를 새겼다. 우리 조상들이 수백 년에 걸쳐 만들고 다듬어온 글자들이었다. 처음에는 사물의 모습을 본떴지만, 이제는 더 간결하고 명확해졌다.


祭. 제사를 나타내는 글자. 제단 위에 고기를 올리는 모습.


牛. 소를 나타내는 글자. 소의 뿔과 얼굴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


똑. 똑. 똑.


주변 사람들이 숨죽이고 지켜봤다. 글자 하나하나가 등껍질 위에 새겨질 때마다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말... 정말 읽을 수 있겠구나." 한 신하가 중얼거렸다.


"오늘 왕께서 왕비의 병환에 대해 점을 치셨다..." 다른 신하가 글자들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계속 새겼다. 오늘의 점복, 왕의 질문, 신의 대답,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모든 것이 글자로 기록되었다.


"대단하구나." 왕이 등껍질을 가까이서 보며 말했다. "이것만 보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 수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전하."


"이것을 더 만들어라." 왕이 명령했다. "앞으로 모든 점복에 이렇게 기록하라. 그리면 우리나라의 모든 일이 영원히 남을 것이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밤의 작업


그날 밤, 나는 점복의 전당에서 홀로 작업했다.


낮에 새긴 등껍질을 앞에 놓고, 새로운 등껍질을 꺼냈다. 그리고 연습을 시작했다.


노인이 가르쳐준 글자들, 조상들이 대대로 전해온 글자들을 하나하나 새겨보았다.


똑. 똑. 똑.


水. 물을 나타내는 글자. 흐르는 물줄기를 세 갈래로 표현한 것.


火. 불을 나타내는 글자. 타오르는 불꽃의 모습.


木. 나무를 나타내는 글자. 뿌리와 가지를 뻗은 나무.


山. 산을 나타내는 글자. 세 개의 봉우리.


이 글자들은 이미 우리 조상들이 완성해 놓은 것들이었다. 사물의 모습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약속된 형태가 되었다.


똑. 똑. 똑.


人.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 옆에서 본 사람의 모습.


女. 여자를 나타내는 글자. 무릎 꿇고 앉은 여인.


子. 아이를 나타내는 글자. 갓난아기의 모습.


송곳 소리만이 조용한 밤을 채웠다.


"무진아."


노인 무갑이 들어왔다. 그는 내 옆에 앉았다.


"잠을 자지 않느냐?"


"글자들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더 아름답게 새기고 싶어서요."


"잘하고 있다." 노인이 내가 새긴 글자들을 보았다. "네 솜씨가 점점 나아지는구나."


"스승님, 이 글자들은 정말 놀랍습니다. 누가 처음 만들었습니까?"


노인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도 모른다.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고 다듬은 것들이지. 처음에는 사물을 그대로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간단하게, 더 명확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요?"


"수백 년, 어쩌면 천 년 이상.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글자들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나는 등껍질 위의 글자들을 바라봤다. 이것들이 더 발전하면 어떻게 될까? 더 간단해지고, 더 아름다워지고,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게 될까?


"스승님, 이 글자들로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생각이나 느낌은..."


"그렇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한다. 두 글자를 합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기도 하고,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을 더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글자들이 생길까요?"


노인이 나를 깊이 바라봤다. "그것이 네 꿈이냐?"


"네. 저는... 저는 모든 소리를, 모든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글자를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꿈이다." 노인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이, 한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처럼, 수백 년에 걸쳐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도 시작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그리고 너는 그 일을 하고 있다. 오늘 네가 등껍질에 새긴 기록이 바로 시작이다."


촛불이 깜빡였다. 그림자들이 벽에서 춤을 췄다.


똑. 똑. 똑.


나는 다시 송곳을 들었다. 글자를 연습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글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천 년 후에는? 이천 년 후에는?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이 갑골문이 금문으로, 전서로, 예서로, 해서로 발전해갈 것을.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은 다만, 이 글자들을 정확하게 새기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똑. 똑. 똑.


촛불이 깜빡일 때, 나는 문득 등 뒤에서 시선을 느꼈다.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기척은 분명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새기는 글자 하나하나를.


문 밖 어둠 속에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내가 물었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멀어지는 발소리만이 복도를 따라 사라졌다.


노인 무갑이 말했었다. 글자는 권력이라고. 글자를 가진 자가 왕을 좌우한다고.


그렇다면 이 글자를 빼앗으려는 자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송곳을 들었다. 하지만 이제 단순히 기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살아남아야 한다. 이 글자들을 지켜내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 생에서, 저 멀리 서남쪽 히말라야에서, 나는 이 글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문자를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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