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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담는 자(소설)

1장 동이족의 분화

by 한시을

4화: 서남쪽으로 떠나는 자들


길의 분기점


열흘이 더 지나자, 우리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했다.


앞에는 거대한 바위가 서 있었고, 그 바위를 중심으로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평탄해 보였다. 멀리 푸른 언덕들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그 너머로 희미하게 물빛이 보였다.


서남쪽으로 향하는 길은 달랐다. 첫눈에도 험해 보였다. 바위투성이 땅이 끝없이 이어지고, 저 멀리 어렴풋이 거대한 산맥의 윤곽이 보였다. 하늘과 맞닿을 것 같은 높은 봉우리들이 구름 속에 숨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헤어집니다." 무로의 목소리는 무겁고 낮았다.


사람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이 순간이 올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면하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저녁 빛이 바위 위에 붉게 물들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머물자." 실마가 말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무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마지막 만찬의 준비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둠이 깔리자, 새돌이 제안했다.


"오늘 밤... 우리 모두 함께 식사를 합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마지막 식사. 그 말이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하지만 식량이..." 누군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로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다! 오늘만큼은 아끼지 말자!"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오늘 밤, 마지막으로 동이족 전체가 함께 먹는 식사를 하자!"


"맞아요!" 메이가 외쳤다. "다 꺼내요! 우리가 가진 것 모두!"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보따리를 풀어 남은 식량을 꺼냈다. 말린 고기 몇 조각, 곡식 한 줌, 야생 열매들, 벌꿀이 담긴 작은 항아리.


가을나무가 품에서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이건 고향에서 가져온 마지막 보리예요. 아이 좋은돌이 아플 때를 위해 아껴뒀던 건데..."


"오늘 다 써요." 깊은물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에요."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큰 모닥불이 타오르며 주변을 밝혔다. 돌로 만든 솥을 올리고 물을 끓였다. 보리와 곡식을 넣자 구수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각자의 특별한 기여


"내가 고기를 굽겠다." 새돌이 말린 고기를 꺼내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방법이 있다. 이렇게 돌 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고기가 뜨거운 돌 위에서 익기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고기 냄새였다.


밝은달이 작은 항아리를 들고 왔다. "이건 우리 어머니께서 담가주신 벌꿀이에요. 황하를 떠날 때 챙긴 거예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홍수에..."


메이가 달려가 그녀를 껴안았다. "언니도 계실 거야. 지금 우리와 함께."


높은산이 야생 뿌리들을 꺼냈다. "이것들은 길에서 캐온 거다. 쓴맛이 나지만 힘이 난다." 그가 솥에 뿌리들을 넣었다.


"나는 노래를 하겠다." 나이든 여인 긴물이 말했다. "요리하는 동안 옛날 노래를 부르겠다. 우리 조상들이 부르던 노래를."


그녀가 입을 열자 구슬픈 가락이 흘러나왔다.


"황하여, 황하여, 우리의 어머니여 그대의 품에서 태어나 자랐네 이제 그대를 떠나지만 그대를 잊지 않으리..."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노래에 합류했다. 목소리들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었다. 밤하늘로 올라간 노랫소리는 별들에게 닿는 것 같았다.


함께 나누는 순간


드디어 음식이 준비되었다.


죽이 솥 가득 끓어올랐다. 구운 고기에서는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야생 열매들이 그릇에 수북이 담겼다.


"이리 오너라, 모두들." 실마가 사람들을 불렀다. "둥글게 앉자."


모든 사람이 큰 모닥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앉았다. 무로의 무리도, 실마의 무리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도 모두 하나의 원을 이루었다.


"우리 동이족의 전통대로," 한울 대족장이 벌떡 일어나지 못하고 앉은 채로 말했다. 그는 나이가 많아 더 이상 걷기 힘들어 무로의 무리에 남기로 했다. "가장 어린 사람부터 먹는다."


가을나무가 아들 좋은돌을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겨우 세 살 된 아이였다. 좋은돌은 음식 냄새에 눈이 동그래져서 솥을 바라봤다.


"자, 먹어라." 실마가 직접 나무 그릇에 죽을 퍼서 아이에게 주었다. "많이 먹고 튼튼하게 자라거라."


좋은돌이 죽을 한 입 먹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맛있어요!"


사람들이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다음은 어르신들." 무로가 한울에게 그릇을 바쳤다.


"아니다." 한울이 손을 저었다. "나는 마지막에 먹겠다. 젊은 사람들이 먼저 먹어야 한다. 너희가 힘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먹어라." 한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결국 젊은 사람들이 먼저 그릇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도 먼저 먹지 않았다. 서로를 바라보며 주저했다.


"함께 먹자." 메이가 말했다. "모두 함께, 같은 순간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나무 숟가락을 들었다.


"하나, 둘, 셋!"


숟가락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뜨거운 죽이 입안에 들어왔다. 보리의 구수한 맛, 야생 뿌리의 쌉쌀한 맛, 벌꿀의 달콤함이 어우러졌다.


"맛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정말... 정말 맛있어..."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단순히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추억과 이야기


식사가 계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기억나니?" 새돌이 웃으며 말했다. "황하에서 물고기 잡던 날?"


"아, 그때!" 높은산이 무릎을 쳤다. "네가 물에 빠져서 우리 모두 뛰어들었지!"


"하하하!" 사람들이 웃었다.


"그리고 무로가 그 큰 물고기를 잡았을 때!" 깊은물이 말했다. "팔만 한 물고기를!"


"그건 좀 과장이고..." 무로가 쑥스럽게 웃었다.


"아니에요!" 메이가 그의 손을 잡았다. "정말 컸어요. 우리 모두 그 물고기로 나흘을 먹었잖아요."


"맞아, 맞아."


이야기가 이어졌다. 행복했던 날들, 힘들었던 순간들, 웃고 울었던 기억들.


"큰바위 할머니 기억하십니까?" 가을나무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처음 떠날 때, 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죠?"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셨어." 깊은물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우리는 동이족이니까, 어디서든 살아남을 거라고."


"할머니가 옳으셨어." 실마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동쪽에서든, 서남쪽에서든."


무진의 기록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그리고 품에서 평평한 돌을 꺼냈다.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돌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둔 것이었다.


뼛조각을 들고 조심스럽게 새기기 시작했다.


똑. 똑. 똑.


먼저 큰 원을 그렸다. 사람들이 둥글게 앉은 모습이었다. 그 안에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을 새겼다. 무로, 메이, 실마, 밝은달, 새돌, 높은산, 가을나무, 좋은돌...


모닥불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사람들. 그릇을 들고 있는 사람들. 웃고 있는 얼굴, 우는 얼굴, 이야기하는 입.


톡. 톡. 톡.


"무진아, 뭘 하고 있느냐?" 무로가 다가왔다.


"오늘 밤을 새기고 있습니다." 나는 대답했다. "우리의 마지막 만찬을."


무로가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눈이 돌 위의 그림을 따라갔다.


"정말... 정말 살아있는 것 같구나."


"그래야 합니다. 우리 후손들이 이것을 보고 알아야 합니다. 오늘 밤 우리가 함께 했다는 것을. 우리가 하나였다는 것을."


실마도 다가왔다. 그리고 밝은달, 메이, 새돌...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었다.


"저것 봐." 좋은돌이 자기 모습을 가리키며 웃었다. "나다!"


"맞아." 내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처음 먹는 모습이야."


사람들이 조용히 내가 새기는 것을 지켜봤다. 뼛조각이 돌을 파는 소리만이 밤공기를 채웠다.


마지막으로 나는 가운데에 특별한 표시를 새겼다. 용과 봉황이 함께 있는 모습. 아직 갈라지지 않은, 하나였던 동이족의 모습.


마지막 약속


"이리 와라." 한울이 모든 사람을 불렀다.


노인은 이제 힘이 거의 없었다. 목소리도 가늘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여전히 맑았다.


"내가... 내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우리는 내일 갈라진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한울의 손이 떨렸다. "같은 피, 같은 마음, 같은 꿈을 가진 한 민족이다."


"오늘 밤 우리가 함께 나눈 이 음식을 기억하라. 같은 솥에서 나온 죽을, 같은 불에서 구운 고기를."


그가 무로와 실마를 각각 바라봤다.


"무로, 너는 동쪽에서 강하게 살아라. 실마, 너는 서남쪽에서 지혜롭게 살아라. 그리고..."


한울이 나를 바라봤다.


"무진, 너는 모든 것을 기록하라. 오늘 밤을, 우리의 여정을, 우리의 꿈을. 후손들이 우리를 잊지 않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목이 메어 간신히 대답했다.


"약속하라." 한울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고. 우리가 아니면 우리 후손들이라도."


"약속합니다!" 무로가 외쳤다.


"약속합니다!" 실마가 따라 외쳤다.


"약속합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외쳤다.


그 소리가 밤하늘로 올라갔다. 별들이 그 약속을 듣고 있었다.


마지막 밤


그날 밤, 아무도 잠들지 않았다.


모닥불 주위에 앉아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옛날 이야기, 황하에서의 추억, 앞으로의 꿈.


메이와 밝은달은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언니, 꼭 행복해요." 밝은달이 말했다.


"너도." 메이가 대답했다. "높은 산에서 좋은 사람 만나."


무로와 실마는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형님." 무로가 말했다. "서남쪽에서 무사하시길."


"너도." 실마가 미소 지었다. "동쪽에서 잘 정착하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날 것이다." 실마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구나." 무로가 일어났다.


사람들도 하나둘 일어났다. 모두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밤새 울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이별


실마의 무리가 먼저 움직였다.


그들은 서남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봉황 표식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났다.


"잘 가!" 무로의 무리가 외쳤다.


"너희도!" 실마의 무리가 대답했다.


밝은달이 계속 뒤를 돌아봤다. 메이가 손을 흔들 때마다 그녀도 손을 흔들었다.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 사람들이 점이 되고, 그 점마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가버렸네..." 메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어젯밤 새긴 돌을 꺼내 바라봤다. 돌 위에는 우리가 둥글게 앉아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가버린 게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이 돌 위에. 영원히."


무로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았다."


해가 완전히 떠올랐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


"자, 우리도 가자." 무로가 용 표식을 들어 올렸다. "동쪽으로."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푸른 언덕을 향해. 희망의 땅을 향해.


하지만 나는 계속 뒤를 돌아봤다. 저 서남쪽 하늘을. 실마와 그의 무리가 간 곳을.


언젠가 나도 그곳에 갈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다. 소리를 담는 자, 영원히 기억하는 자.


그리고 어젯밤 우리가 함께 나눈 그 마지막 만찬의 맛을, 나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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