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점

인류 최초의 대재앙

by 성주영


여기 한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급작스럽게 죽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 부부를 죽인 건


두 번의 반짝이는 섬광이었다.


이후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랬건만


결국 터질게 터졌다.


쾅!


푸른 지구를 처음으로 강타한 잿빛 연기와 붉은 섬광


그렇게 4년 동안


4000만 명이 산화하여


각자가 믿던 신의 곁으로 돌아갔다.


이후 3명의 아기가 죽은 대가로 갓난아기들이 새롭게 태어난다.


21년 뒤 그 누구도 예상치 못 했던 잿빛 연기와 붉은 섬광이 다시 한번 푸른 지구에서 피어난다.


해설: 이 시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재앙이었던 1차 대전을 다룬 시입니다. 특히 ‘3명의 아기가 죽고 갓난아기들이 새롭게 태어났다’는 구절의 의미는 1차 대전 직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독일 제국이 소멸하고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 3국,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연방, 핀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신생독립국이 탄생한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21년 뒤 그 누구도 예상치 못 했던 잿빛 연기와 붉은 섬광이 다시 한번 푸른 지구에서 피어난다.‘는 2차 대전의 발발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여기 한 부부가 있다’는 구절은 1차 대전 발발 직전 가브릴로 프린치프에 의해 현재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한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사라예보 사건)를 의미합니다 이를 참고하시고 읽으시면 훨씬 수월하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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