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의 시작과 완성
검은 연기를 내뿜는 흑선
뿌우우 그 우렁찬 소리
성곽 위의 우리 조상들은 그 소리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여기에 500명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다.
1200여 명가량의 건장한 금발의 남성들이 언덕을 올라온다.
탕! 타탕!
저 멀리 흑선에서는 붉은 화염이 빗발쳐 나온다.
쾅! 콰쾅!
성벽은 무너지고
털썩!
500명의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진다.
벽안의 금발 군인이 말하길…
“그들은 그들의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싸운다. 그들의 백색 옷은 붉은 피에 젖어 대조를 이룬다. 희망이 없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그들의 장군의 지휘 하에 수자기 곁으로 모인다. 포화에 흩어졌다 모였다 반복하기를 수십 번… 총알이 떨어진 사람은 칼과 창으로 그마저도 없는 자들은 흙과 돌로 싸운다. 그들은 활과 화살로 전투를 치르나 무의미한 저항일 뿐이다. 그들은 그들의 조국과 가족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싸운다. 이렇게 비참하고 구슬픈 전투는 처음이다. 그들의 희생과 용맹함 그리고 무모함에 난 단지 경의와 놀라움을 표할 뿐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을까…?
성곽 위에는 조상들의 깃발 대신 이방인의 깃발이 흔들리고
500년 왕조의 위엄은 포와 총칼로 산산조각 났다.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열댓 명뿐…
이들은 다행히도 자유의 몸이 되지만 우리 민족의 상처는 쉬이 덧나 아물어지는데만 82년이 걸린다…
해설: 이 작품은 한국과 미국이 역사적으로 처음 만난 사건인 신미양요를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전반적으로 신미양요의 주요 전투인 광성보 전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지막 구절 ‘우리 민족의 상처는 쉬이 덧나 아물어지는데만 82년이 걸린다.‘라는 구절은 신미양요 이후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어 한-미 관계가 적대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바뀌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