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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게임의 승자는?

슬기로운 어린이집 생활 1

by 달빛서재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출근 후 창문을 열어 교실 환기를 시키고 있을 때,

시끄러운 소리에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보았다.

소리는 정확히 2층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우리 애 머리카락을 잘랐어요?"

"저 안 잘랐어요"

"우리 애가 잘랐다는데 왜 자꾸 아니라 해요?"

"제가 안 잘랐다니까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선생님이 아이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황당한 대화에 당장이라도 윗층으로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이해야 하는 시간이라

궁금증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상호작용을 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지도하며 웃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 한켠에 궁금증과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확장되어갔다.


틈이 나지 않는 하루 일과가 이어졌고,

결국 아이들의 낮잠시간이 오고 그제서야

윗반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어린이의 한마디 말에서 시작되었다.

아이의 앞머리가 삐뚤게 잘라져있는 것을 보고

엄마는 머리카락이 왜 잘라져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아이의 답을 들은 엄마는 경악했다.

"선생님이 내 앞머리 잘랐어!"

화가 난 엄마는 흥분 상태로 아이 손을 잡고

선생님을 찾아와서 다짜고짜 따져 묻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자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엄마는 우리 아이는 절대 거짓말을 안한다며

선생님을 절대 믿지 못하는 태도였다고 한다.


거짓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

.

이 거짓말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

.

.

승자는 없었다.

선생님도,

엄마도,

아이도,

모두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다 상황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감을 느끼고

결국 아이는 놀라고 당황한 끝에 사실을 이야기했다.

집에서 앞머리카락을 장난삼아 잘라보았고,

잘린 머리카락을 보고 엄마가 놀라서 묻자

선생님으로 핑계를 댄 것이었다.


여기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느꼈을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으로 돌아가보자.

일단 엄마가 가정에서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할때

아이에게 긍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엄마는 선생님에 대해 신뢰감이 형성되지 못했.

자신의 확실치 못한 믿음과 불안한 생각들은

여지없이 가정에서 아이와 대화할때 드러났을 것이다.

거기에 보통 3~4세부터 시작되고

7세 전후로 점차 정교해지는 아이의 발달 과정의

한 부분인 거짓말이라는 특성은

자신의 실수에 대한

엄마의 꾸중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기제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교사와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하며

이를 통해 아이에게도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어린이집과 교사는

아이에게 평화롭고 안심이 되는 공간이자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또한 교사는 부모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도록

학기초 신뢰감 형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학기초 아이의 적응을 위해 부모가 도와줘야 할 부분


1.긍정적인 기대감을 심어준다.

"오늘 선생님이랑 놀면 재미있겠다"

"선생님이 00이 보고싶다고 하셨어~"


2. 아이 앞에서 교사에 대한 신뢰감을 표현한다.

"선생님이 00이 잘 돌봐주실거야"

"선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3.가정에서 아이의 관심사를 전달해준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습관, 무서워하는 부분 등의

정보를 교사에게 알려준다.


4.가정통신문, 연락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이가 집에서 있었던 특별한 일, 달라진 변화나 감정 등을

교사와 공유한다.


그 누구도 희생자가 되어선 안된다.

교사 부모 아이 모두 함께 손잡고

행복한 최후의 승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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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