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어린이집 생활 4
목소리는 떨렸다.
"선생님! 빨리 여기로 와주세요!"
옆반 선생님의 목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갔다.
"무슨 일이에요?"
그곳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나를 바라보는 간절한 눈빛의 아이와
표정만 봐도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교사의 당황한 얼굴이 있었다.
교사의 다음 시선은 아이의 얼굴이었다.
"선생님 코에 구.. 슬이.. 구슬이 들어갔어요"
구슬은 어떻게 아이의 코에 들어갔을까?
아이가 앉은 앞 쪽 책상 위를 보니
알록달록 구슬들과 긴 끈들이 어지러히 놓여있었다.
"아.."
짧은 탄식은 순간이었다.
지체할 시간 없이 병원과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억지로 빼려고 애를 쓰다가
구슬이 더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아이는 콧속에 들어간 구슬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으로 바로 이동을 했다.
그 당시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긴 끈에 구슬을 끼워 팔찌를 만드는
소근육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구슬을 한 알 한알씩 끼우며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한 아이가
문득 코에 구슬을 넣어보고 싶었나 보다.
처음엔 그냥 코에 한번 넣었다 바로 빼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이의 예상과는 달랐다.
한번 코 속으로 들어간 구슬은
빼려고 손가락을 넣으면 넣을수록
마치 아이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
주춤주춤 한 발짝씩 뒷걸음질 치며
슬금슬금 코 안쪽 동굴로 직행했다.
떨리는 순간이었다.
아이도 담임교사도
무척 당황스럽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
.
.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빠른 판단과 실행으로 병원진료를 받았고
안전하게 구슬이 제거될 수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눈앞에 좋은 것이 많더라도
쓸모 있게 쓰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뜻이다.
실에 꿰지 않고 코에 넣은 구슬,
정말 아무 쓸모없는 걸까?
아이들은 호기심과 감각 탐색 욕구가 커서
직접 만져보고 넣어보고 경험해 보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라면서 아이들은 자기 몸에 대한 탐색을 한다.
구슬을 넣는 행동은 이런 자가 탐색의 한 형태일 수 있다.
아이의 호기심은 성장과 발달에 있어 꼭 필요한 에너지이다.
하지만 코나 귀에 구슬을 넣는 등
위험한 방법으로 표출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유도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럼, 아이의 호기심을 잘 풀어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1. 감각. 탐색 놀잇감을 제공한다.
ㆍ촉감 놀잇감-슬라임. 오감 놀이상자(물. 모래. 콩 등)
ㆍ퍼즐. 끼우기 놀잇감-작은 구멍에 장난감을 넣고 빼는
놀이를 통해 안전하게 욕구를 해소한다.
2. 안전한 과학 놀이로 함께 실험해 본다.
ㆍ간단한 물실험, 자석놀이, 물체를 분해 조립하는 놀이를
해본다
3. 역할놀이 & 상상놀이를 한다.
ㆍ상상력과 호기심은 연결되어 있다.
병원 놀이로 상황극을 하거나 탐정 놀이를 해볼 수도 있다.
4. 아이의 질문에 충분히 답해준다.
ㆍ아이의 질문에 최대한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해 준다. 함께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환경 조성과 세심한 관찰이다.
놀이 중 아이의 위험한 행동을 발견하면
그 즉시 중단하고 이유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특성이다"
아이의 호기심!
그것은 귀찮고 없애고 싶은 불안함이 아닌,
무한한 창의성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할 좋은 에너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