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어린이집 생활 6
'나 이러다 상담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닐까?'
나름 진지하게 새로운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이집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학부모 상담을 했다.
1학기 학부모 상담
2학기 학부모 상담
원칙적으로 정해진 건 그러했지만.
학부모들은 수시로 상담을 청했다.
때론 등원할 때, 또 하원할 때 짧은 상담을 했고
게다가 잊을만하면 걸려오는 상담 전화,
알림장에 문의사항을 올린 상담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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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초임교사 시절에는
교사 생활에 적응하기에도 모든 것이 낯설었고
학부모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제시한다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처럼 어렵기만 했다.
그러나 점점 교사 경력이 쌓여가면서
나조차도 쾌재를 부를 정도의 적절한 모범답안을
학부모에게 제시하게 되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하는 학부모 첫 상담은
교사도 학부모도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처음 맞이하는 자리인 만큼
서로 말도 조심, 행동도 조심이다.
긴 시간 많은 횟수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깨달았다.
학부모 상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교사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아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다.
또한 학부모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공감하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메모'를 했다.
그리고 이것은 상담을 통해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 대해
잘 파악하려고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경청하는
교사의 모습에서 깊은 믿음과 감사함을 느꼈다.
소중한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학했다.
그렇다면 이제 두근두근 긴장되는
교사와의 학기 초 상담에 있어 ,
갖추어야 할 학부모의 태도와
유용한 질문 리스트에 대해서 알아보자.
1. 부모의 바람직한 태도
1. 신뢰와 협력의 자세
"선생님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 "일 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표현으로 협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2. 아이의 특성을 솔직하게 공유
특히 학기 초 상담 때 성격, 기질, 습관, 건강상 문제 등을 미
리 공유하면 교사도 아이를 더 잘 이해한다.
3. 경청하고 공감하는 태도
교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아이
에 대한 교사의 관찰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4. 감사 표현
“아이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같은 한마디가 신
뢰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5. 단점보다 장점을 더 이야기하기
물론 이것저것 고치고 싶은 습관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을 살짝 내려놓자. 학기 초 첫 상담에서는 주로 아이의
장점 위주로 이야기한다. 교사도 교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
다. 시작부터 괜한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
2. 학기 초 상담 시 유용한 질문 리스트
1. 아이의 적응과 생활 관련
“아이가 낯을 좀 가리는데, 보통 며칠 정도면 적응할까요?”
“울거나 불안해할 때는 어떻게 도와주시나요?”
“낮잠을 꼭 자야 할까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2. 놀이 및 학습 관련
“자유놀이 시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미술/음악/체육 활동도 자주 하나요?”
3. 식사, 배변, 건강
“아이가 편식이 있어요.”
“화장실은 혼자 가야 하나요? 아직 도움을 좀 필요로 해요.”
“비염/아토피/약 복용이 필요한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4. 소통 방식
“연락장이나 가정통신문은 어떻게 주고받나요?”
“문제가 생기면 어떤 방식으로 알려주시나요?”
“가정에서도 제가 함께 지도하면 좋은 부분이 있을까요?”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훌륭하게 잘 적응하길 바라는가?
그렇다면, 교사와 부모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가장 사이좋은 협력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